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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김수현 CF 논란’…한류 성장길, 넘어야 할 산

입력 | 2014-06-23 06:55:00

중국 생수 광고모델로 나선 전지현과 김수현이 ‘동북공정 논란’에 휩싸였다. 동아닷컴DB


■ 취재 파일

전지현·김수현 ‘장백산’ 표기 CF 논란
계약해지 소송 갈 땐 반한류 촉발 위험


단 몇 시간 만에 ‘중국에 한류를 전파하는 톱스타’에서 ‘역사의식이 결여된 매국 스타’가 되고 말았다.

전지현과 김수현이 중국 헝다그룹의 생수 헝다빙촨(恒大氷泉) 광고모델에 나란히 발탁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21일 “두 스타가 중국의 동북공정에 이용당했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들에 대한 비난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두 사람은 순식간에 “역사도 모르는, 돈에 눈먼 한류스타”로 비쳤다. 이들의 소속사는 “원산지를 사전에 확인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사과하며 중국 측에 계약 해지에 관한 요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일부에서 제기한 논란의 근거는 이렇다. 헝다빙촨의 원산지가 중국에서 백두산을 부르는 ‘창바이산(장백산·長白山)’이며, 이 같은 표기가 중국이 2002년부터 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의 일환이라는 주장이다. 동북공정을 둘러싼 한중 양국의 논란이 이어지는 만큼 전지현과 김수현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시선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두 사람의 잘못만이 아니라는 시각도 존중받아야 한다. 중국에서 제조한 생수를 파는 기업이 그 원산지를 자신들만의 호칭으로 표기하는 것에 대해 그르다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 앞서간, 일방적 지적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역사적으로 아주 오래 전부터 중국은 백두산을 그렇게 불러 왔다는 점에서 이번 문제를 동북공정에 연결짓는 것은 “지나친 억지”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논란은 일단 양측이 광고모델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잠잠해지는 듯하다. 하지만 중국 측에서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지도 문제다. 이미 촬영까지 마치고 7월 첫 광고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자칫 소송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이들의 문제를 넘어 전체 한류 열기에도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장백산 표기 문제와 관련해 중국 측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현실적 시선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전지현·김수현 측의 부주의함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제 막 다시 불기 시작한 중국 한류의 바람이 지나친 일방의 억측과 주장에 가려져서도 안 된다. 한류 열기를 식히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아니라 좀 더 사려 깊은 시선이 아쉽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전지현과 김수현이 겪고 있는 몸살도 결국 한류의 성장 길목에서 넘어야 할 산인 셈이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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