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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범슨의 퍼거슨 따라잡기] 아르헨, 89분 울다가 1분 웃었다

입력 | 2014-06-23 06:40:00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스포츠동아는 성남 일화(현 성남FC)와 강원FC에서 감독을 지낸 김학범 해설위원과 함께 2014브라질월드컵의 빅매치들을 분석하는 코너 ‘학범슨의 퍼거슨 따라잡기’를 진행한다. 축구팬들은 감독 시절 탁월한 전략과 전술을 선보였던 김 위원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명장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에 빗대 ‘학범슨’으로 불렀다. ‘학범슨’의 날카로운 눈을 통해 월드컵 경기를 해부해본다.

이란 케이로스 감독, 전원 수비작전 적중
사베야 감독, 공격적 전술로 맞대응 실패
종료 전 메시 골…아르헨티나 ‘1분의 승리’

89분을 진 아르헨티나가 마지막 1분을 이기고, 승점 3점을 챙겼다. 아르헨티나는 22일(한국시간) 벨루오리존치의 에스타디오 미네이랑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리오넬 메시의 결승골로 이란을 1-0으로 꺾었다. 수비에 무게를 둔 이란은 간헐적 역습만 펼치며 경기 내내 아르헨티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하고 결승골을 내줘 ‘이변 연출’에 실패했다.

● 이란 케이로스 감독의 빛난 선택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지난해 한국에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전 종료 직후 최강희 감독을 향해 ‘주먹감자’를 날렸기 때문이다. 명성에 걸맞지 않은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이처럼 개인의 됨됨이는 별로지만, 케이로스 감독이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준 전술적 운용은 좋았다.

이란은 17일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 이어 아르헨티나전에서도 극단적 수비 전술을 펼쳤다. 골키퍼를 제외한 필드플레이어 10명 전원을 수비지역에 머물게 하며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철저히 봉쇄했다. 세르히오 아게로(맨체스터시티)-곤살로 이과인(나폴리)-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 등 세계적인 아르헨티나 공격수들은 이란의 밀집수비에 고전했다. 유럽 선수들 못지않은 체격의 이란 수비수들은 공간을 내주지 않고,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잘 끊었다.

전반을 실점 없이 마친 이란은 후반부터 적극 역습에 나서 3차례나 결정적 골 찬스를 맞았다.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득점으로 연결하진 못했지만, 아르헨티나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란은 의도한대로 경기를 풀어나가며 89분을 이겼다. 이란은 객관적 전력은 약하지만 조직적으로 잘 준비된 팀이다. 케이로스 감독의 전술이 더 빛났다.

● 후반 고민이 늘어난 아르헨티나 사베야 감독

월드컵에서 원하는 성적을 거두려면 약팀을 상대로 반드시 승점 3점을 따내야 한다. 이탈리아, 스페인, 잉글랜드 등은 조별리그 2차전에서 상대적으로 전력이 뒤지는 팀에 패했다. 첫 경기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2-1로 승리한 아르헨티나는 이란을 반드시 꺾어야 했다.

아르헨티나 알레한드로 사베야 감독은 공격적 선수 기용과 전술을 택했다. 이란이 극도의 수비전술을 펼치자 아게로-이과인-메시를 가운데 쪽에 집중시키고, 양쪽 풀백에게 적극적으로 공격 가담을 지시하는 등 골을 뽑아내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측면 돌파에 성공해도 골을 얻어내려면 결국 가운데 쪽으로 볼이 연결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의 공격은 답답해 보였다.

문제는 후반이었다. 아르헨티나 풀백들이 공격에 집중하는 사이 이란은 효과적으로 역습에 나섰다. 골과 다름없는 장면도 만들었다. 아르헨티나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은 하비에르 마스체라노(FC바르셀로나)가 풀백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커버했어야 하는데, 완벽하게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탓이 컸다. 이럴 때 감독의 고민은 가중된다. 승부를 내기 위해 계속해서 공격에 무게를 둘 것인지, 양쪽 풀백의 공격 가담을 자제시켜 역습에 대비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메시의 결승골이 터지기 전까지 사베야 감독의 머리는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정리|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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