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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중견로펌들 관련소송 9건 진행

입력 | 2014-06-23 03:00:00

[필리핀에 버려진 코피노]
양육비 30∼50%, 수임료 받는 조건… 코피노 엄마, 합의 어려워 소송 선택




로펌들이 코피노 양육비 청구 소송 대리 사업에 뛰어들면서 국내 법원에 관련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대광 등 중견 로펌들이 진행 중인 코피노 소송은 9건으로 확인됐다. 이 중 4건은 소장(訴狀)이 서울가정법원에 접수된 상태다. 약 3만 명으로 추산되는 필리핀 내 코피노들이 잇달아 소송에 나선다면 국내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광은 △현지 시민단체 등을 통해 소송을 원하는 필리핀 여성들로부터 의뢰를 받은 뒤 △국내 법원에 소장을 제기해 변론을 무료로 진행하고 △승소하면 위자료 및 양육비 총액의 50%를 성공 보수로 받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유사 사업을 벌이고 있는 Y법무법인은 성공 보수를 양육비의 30%로 잡았다.

대광 등에 소송을 의뢰한 필리핀 여성 대다수는 한국인 남성이 떠난 뒤 연락할 방도마저 끊겨 마지막 수단으로 소송을 선택했다. 한국인 남성 대다수는 코피노가 생기면 연락을 끊기 때문에 필리핀 여성으로서는 남성의 주소나 연락처를 찾아내 양육비 합의를 요구하는 게 쉽지 않다. 아동청소년 보호 단체 탁틴내일에 따르면 국내 주소 대신 욕설을 적어주고 필리핀을 떠난 한국인 남성도 있다고 한다. 법무법인 세종이 탁틴내일과 코피노 11명의 소송을 준비하면서 실제 접촉에 성공한 한국인 아버지는 1명뿐이었다.

어렵게 연락처를 알아내 “양육비를 주겠다”는 구두 약속을 한국 남성으로부터 받아내더라도 몇 개월 뒤면 지원을 끊어버리기 일쑤다. 코피노 맘들이 성실한 양육 의무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소송을 통한 법적 강제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코피노 양육비 청구 대리 사업에는 사회적 논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양육비의 30∼50%에 이르는 변호사 비용이 지나치게 비싼 것 아니냐’는 것이다. 로펌 측은 국제 소송에 따른 막대한 비용과 패소에 따른 위험 부담을 전부 떠안기 때문에 많은 금액이 아니라고 해명한다. 승소하더라도 한국인 남성의 형편이 어려우면 양육비를 받아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고 만에 하나 유전자 감정 결과 소송 의뢰인의 아이가 피고의 친자가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그 불이익도 로펌이 분담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소송 과정에서 코피노의 존재가 한국인 남성의 국내 가족에게 알려질 경우 또 다른 분쟁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우려를 제기한다. 지난해 8월 아내와 두 자녀에게 필리핀 여성(28)과 코피노 아이(1)의 존재를 고백했던 자영업자 A 씨(54)는 가족들로부터 ‘변태’ 취급을 받고 이혼을 당할 뻔했다. 본보가 가족 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던 코피노 아버지 10명 중 9명은 어떤 형태로든 국내에 가족을 두고 있었다.

이처럼 다양한 논란이 예상되지만 현재로선 소송을 통한 양육비 지원만이 빈곤에 시달리는 코피노 맘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해결책이라는 지적이다. 코피노 양육비 소송을 돕는 현지 교민 구모 씨는 “코피노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단돈 월 5만 원이라도 실제 양육에 쓰이는 돈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서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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