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 기자
퇴직금을 나누는 문제에만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국민연금을 제외하고’라는 앞부분 발언은 별 주목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기자가 분석해보니 국민연금에만 재산분할을 적용하는 현실에는 전업주부에 대한 평가, 공무원에 대한 대우라는 관점에서 우리 사회가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가 모두 녹아 있었다.
조건을 단순화한 두 사람을 머릿속에 그려보자.
먼저 국민연금법에는 ‘결혼한 지 5년 이상 된 부부가 이혼할 때 연금을 반씩 나누라’고 명시돼 있다. 회사원 A 씨의 전처는 A 씨가 국민연금에 가입한 기간의 절반 동안 혼인생활을 유지했기 때문에 전체 연금(100만 원)의 절반인 50만 원을 만드는 데 일부 기여한 셈이다. 국민연금법은 이 50만 원을 만드는 데 부부가 같은 정도의 공을 세웠다고 간주한다. 따라서 A 씨의 전처는 매달 남편의 국민연금에서 25만 원을 받는다.
반면 공무원 B 씨의 전처는 남편의 공무원연금에 대해 권리가 없다. 공무원연금법에는 이혼한 배우자를 위한 재산분할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 은퇴한 공무원들이 받은 공무원연금은 월평균 219만 원으로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84만 원)의 2.6배 수준. B 씨의 아내는 이혼하지 않았을 때 누릴 수 있는 이 달콤한 혜택을 이혼과 동시에 날릴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이런 차이는 남편과 아내의 입장을 바꿔도 마찬가지다. 만약 남편이 이혼할 때 직업이 없다면 남편은 아내의 국민연금을 분할받을 수 있지만 공무원 아내와 살던 남편은 아내의 공무원연금을 나눠 가질 수 없다.
법적으로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먼저 국민연금공단 측 설명이다.
그렇다면 공무원연금을 포함한 다른 연금에선 왜 이런 아내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걸까? 일반 직장인 부부의 재산 형성 과정에는 전업주부가 기여한 반면 공무원의 재산 형성 과정에는 전업주부가 기여한 게 없다는 취지인지 공무원연금공단 측에 물었다. 답은 이랬다.
“굳이 법에 공무원연금 분할 규정을 넣지 않더라도 재판 과정에서 합의 등을 통해 재산분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배우자의 기여도를 묻는 질문의 본질은 쏙 뺀 동문서답이었다. 법체계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보인다.
이런 미비점은 추후 공무원연금 개혁 때 반영돼야 할 내용이므로 여기선 빼두자. 그 대신 국민 스스로 반성할 점이 있다. 우리의 노후를 대비하는 국민연금을 너무 몰랐다는 것이다. 기초연금과의 연계 문제 같은 정치적 이슈가 부각될 때는 모두 흥분했지만 정작 국민연금의 기본 취지 자체를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만약 이혼하는 배우자가 국민연금 분할요청권이라는 게 있는 줄 모른 채 청구시한(3년)을 그대로 흘려보냈다면 이 얼마나 큰 손해인가?
한편 ‘연금 수령 시점이 됐을 때 소득이 있으면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다’는 소문이 도는데, 이는 엄청난 오해다. 연금 수령 시점 당시 소득이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소득보다 많으면 연금 전액을 받지는 못하고 첫해에는 수령액의 50%만 지급된다는 점이 와전된 것이다. 이후 연금액은 매년 10%씩 늘어 5년 뒤부터는 전액을 받을 수 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걸까? 국민연금이 이혼하는 배우자에게 재산분할권을 인정한다고 해서 기쁜 마음이 생기진 않는다. 되레 그런 분할권을 인정하지 않는 공무원연금에 뭔가 특별한 혜택이 있어 보인다.
어떻든 국민연금 가입자가 이혼한 공무원 부부보다 연금을 많이 받는 방법은 단 하나. 부부가 국민연금에 함께 가입한 뒤 백년해로하며 되도록 연금을 오래 받는 것이다.
홍수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