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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진흙탕 싸움’ 새누리당, 변화와 혁신은 빈말이었나

입력 | 2014-06-23 03:00:00


7·14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새누리당 대표와 최고위원은 2016년 20대 총선 때까지 당을 이끌게 된다. 총선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새누리당의 미래가 사실상 이들의 손에 달린 셈이다. 하지만 지금 돌아가고 있는 전당대회 양상을 보면 미래의 비전을 놓고 겨루는 치열함이 없다. 오로지 당권만 장악하겠다는 권력 의지만 엿보인다. 더구나 가장 유력한 당권 주자인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의원 간의 ‘진흙탕 싸움’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다. 양측은 ‘장군’ ‘멍군’ 하면서 사사건건 다투는 식으로 당 대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어제는 양측이 여론조사 조작 의혹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한 인터넷 언론이 여론조사업체 모노리서치가 이달 17, 18일 전국의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는 새누리당 7·14전당대회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한 것이 발단이 됐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는 김 의원이 앞서는 것으로 나왔는데 보도 내용은 정반대였다. 김 의원 측은 서 의원 측의 의도를 의심하는 투로 공격했고, 서 의원 측은 김 의원 측이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당법(제52조 제2항)에 따르면 정당의 대표 경선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게재한 선전 문서를 배포하는 것은 범죄 행위다. 모노리서치 측의 여론조사 결과가 어떻게 해서 뒤바뀌어 보도됐는지 그 경위를 철저히 가려야 한다.

서 의원과 김 의원 측은 서로 상대방의 과거와 전력을 들추는 난타전도 벌였다. 사실 두 사람 모두 자랑스럽지 않은 전과(前科)를 2개씩 갖고 있다. 서 의원은 친박(친박근혜)계 맏형으로 7선 의원이고, 김 의원은 비주류 좌장으로 5선 의원이다. 두 사람은 당 대표에 도전하면서 모두 변화와 혁신을 다짐했다. 하지만 지금 두 사람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이런 다짐과도, 화려한 정치 경력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새누리당은 6·4지방선거에서 ‘박 대통령 마케팅’으로 겨우 패배를 면하는 수준의 체면치레를 했다. 당의 실력보다는 박 대통령에게 의존하는 방식으로 언제까지 집권당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데도 서 의원과 김 의원은 당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지를 놓고 경쟁하기보다는 아직도 박심(朴心) 붙들기에 매달리고, 동료 국회의원을 더 많이 줄 세우려는 세(勢) 과시 같은 구태를 서슴지 않는다.

6·4지방선거 때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을 맡았던 조동원 씨는 “새누리당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웰빙”이라면서 “당 안에 끊임없이 혁신을 요구하는 야당 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을 대표하겠다는 두 인물이 당권을 놓고 다투는 이전투구는 전형적인 웰빙 체질의 모습이다. 이래서야 두 사람 중에 누가 당권을 잡더라도 새누리당에 과연 희망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