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처음 책임 프로듀서로 참여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Holler if ya hear me’ 초연 현장
뮤지컬 ‘할러 이프 야 히어 미(Holler if ya hear me·내 목소리가 들리면 소리쳐)’는 절망을 딛고 일어서려는 흑인 청년들의 이야기를 전설적 래퍼 투팍의 노래로 엮어 콘서트처럼 만들었다. 조안 마커스 제공
이달 8일 열린 토니상 시상식에서 뮤지컬 부문 최고 작품상을 받은 ‘젠틀맨의 사랑과 살인 가이드’를 비롯해 지난해 6개 부문을 석권한 ‘킹키부츠’와 ‘원스’(2012년 작품상), ‘피핀’(2013년 뮤지컬 리바이벌상) 등은 물론이고 ‘라이언킹’ ‘위키드’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같은 롱런 흥행작도 공연 중이다.
19일(현지 시간) 타임스스퀘어를 바라보는 47번가의 팰리스 극장(1700석) 무대에서 뮤지컬 ‘할러 이프 야 히어 미(Holler if ya hear me·내 목소리가 들리면 소리쳐)’가 초연됐다.
‘힙합계의 전설’인 투팍의 음악을 다뤄서인지 16일부터 시작된 프리뷰 공연과 개막 공연에는 팝스타 마돈나를 비롯해 배우 우피 골드버그, 빈스 본, 셰리 셰퍼드, 영화 감독 스파이크 리, 토미 모톨라 소니엔터테인먼트 사장 등 유명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미국 현지 언론은 리뷰 기사에서 투팍의 곡을 활용한 음악에 후한 점수를 줬다. “박자는 흥겹고, 대사에는 전율이 흐른다.”(뉴욕타임스) 또 대사를 랩으로 처리한 형식에 대해서도 “브로드웨이 무대에 랩이 굳건히 올라선 것은 기념할 만한 일”(AP통신)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본과 드라마 구성에 대해서는 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멜로드라마의 조합이 짜임새가 없다.”(타임아웃뉴욕) “토드 크레이들러의 대본은 샤커(투팍의 본명)가 생전에 남긴 뚜렷하고 깔끔한 시가 지닌 힘과 잘 맞지 않는다.”(더랩)
실제로 이 작품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흑인 청년 존과 베르터스가 친구인 베니를 갱스터 집단 총격으로 잃게 되면서 극은 시작된다. 존과 베르터스는 총소리와 마약이 판치는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지만, 가난한 흑인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차별과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안토니가 존과 베르터스에게 베니의 복수를 제안하고, 이를 거절하는 과정에서 안토니는 실수로 존에게 총을 쏜다. 존은 죽어가면서 ‘총소리 없는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단순한 스토리라인을 보완해 주는 건 투팍의 노래를 맛깔 나게 살려내는 흑인 배우 20여 명의 노래 실력과 댄서 출신 앙상블의 힘 있는 비보잉 댄스였다. 특히 투팍의 노래가 나올 때마다 관객들은 마치 콘서트 현장을 찾은 것처럼 함께 따라 부르며 즐겼다.
뉴욕=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