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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서-보안카드 없이 문자 보내듯 송금 ‘톡’

입력 | 2014-06-24 03:00:00

[진화하는 모바일 메신저]<중>‘금융 날개’ 다는 IT기업들




‘카카오톡으로 카톡을 하듯 간편하게 돈을 주고받는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국내에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이용한 금융거래가 가능해진다. 카카오는 ‘뱅크월렛 카카오’라는 이름의 모바일 송금·결제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에서는 네 자리의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지인들에게 카톡 메시지를 보내듯 간편하게 현금을 보낼 수 있다. 하루 최대 10만 원까지 송금할 수 있으며 30만 원 이하의 상품 구매도 가능하다. 공인인증서 보안카드번호 비밀번호 등 많은 절차가 필요한 일반 송금 서비스에 비해 훨씬 간단하다.

카카오는 이미 국민 신한 우리 등 전국 15개 은행과 협의를 마쳤다. 카카오는 “현재 금융당국의 심의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며 “이미 내부적으로 직원들끼리 베타서비스(시범서비스)를 진행할 정도로 기술적 준비는 모두 돼 있다”고 말했다. 동호회비, 용돈, 축의금 등 10만 원 이하의 현금은 은행을 거치지 않고 모바일 메신저로 주고받는 시대가 다가왔다.

○ 모바일 메신저 ‘금융시장’에서 맞붙다

최근 모바일 메신저를 필두로 한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금융시장 진출이 뜨겁다. 업계에서는 “금융업이 IT기업들의 가장 치열한 격전지가 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국내에서는 카카오의 뱅크월렛 카카오가 모바일 메신저와 금융이 결합하는 첫 사례지만 해외시장에서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결합이 진행 중이다. 미국의 페이스북, 중국의 텐센트(Tencent·텅쉰·騰訊) 등 모바일 메신저 사업을 하는 곳뿐 아니라 구글 알리바바 애플 등 세계 IT시장을 주름잡는 공룡 기업들이 앞 다퉈 금융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올해 초 북미 최대의 모바일 메신저 ‘와츠앱’을 190억 달러에 인수한 페이스북도 금융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인터넷 인구의 절반이 이용하는 페이스북이 각종 금융 서비스를 병행한다면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미국 싱가포르 등에서 페이스북 계정에 돈을 보관한 뒤 결제에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있는 페이스북은 신흥시장 진출을 꾸준히 준비해 왔다. 주요 외신들은 페이스북이 곧 아일랜드에서도 정식 금융업 인가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단일 통화권인 유럽연합(EU)에서 송금·결제 서비스 등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덩치를 키우는 중국 IT 공룡들도 금융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중국 텐센트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은 지난해 9월부터 결제 서비스 ‘텐페이’를 출시해 운영 중이다. 이 서비스는 모바일 메신저를 은행계좌와 연동하는 수준을 넘는다. 이 서비스로 해외송금 대출 보험 등도 할 수 있다. KDB산업은행 조사분석부 이웅주 산업분석3팀장은 “올해 3월 중국 정부는 텐센트, 알리바바 등 IT기업을 포함한 주요 기업들에 은행업 허가를 해줬다”며 “그동안 은행 등에서만 가능했던 다양한 금융 관련 서비스 시장을 IT업계가 점령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대세는 ‘모바일’-자신감 보이는 메신저들

모바일 메신저 사업자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금융시장 진출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모바일을 통한 비대면(非對面) 거래의 증가 △접근성 및 편리성 △고객 밀착력 △직거래 가능 등이다. 인터넷의 확산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온라인쇼핑, 소셜커머스 등 소비 패턴도 모바일 쪽으로 움직인다. 여기에 스마트폰의 보편화로 상품의 구입 및 결제, 송금 등 금융 서비스의 영역이 PC를 넘어 모바일로 이동 중이다. 일각에서는 “2020년 미국 금융시장의 30%가 비금융기관에 잠식당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IT기업들은 빅데이터 등 IT기업만의 기술력을 앞세워 지금까지의 금융 서비스와 차별화된 서비스도 여럿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의 1위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알리파이낸스’다. 알리바바는 중소기업을 상대로 대출 서비스를 진행 중인데 빅데이터를 활용해 대출 부실을 막고 있다. A라는 기업이 대출을 신청할 경우 거래량, 매출성장률, 재구매율 등의 빅데이터를 이용해 A기업의 신용을 평가한 후 대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신용평가 대상에는 A기업 제품을 구매한 고객의 구매 후기까지 모두 포함된다. 이 덕분에 중국 기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부실률이 평균 2%대인 데 반해 알리바바는 1% 이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그만큼 금융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세계는 ‘핀테크(FinTech)’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핀테크는 금융을 뜻하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을 뜻하는 ‘테크닉(Technique)’의 합성어로 결제 송금 자산관리 등 금융 서비스와 관련된 정보통신기술을 의미한다.  

▼ ‘보안 不信’과 규제가 최대 걸림돌 ▼

○ “간편하고 안전한 전자거래 가능”


모바일 메신저 금융 서비스의 최대 난제는 ‘보안에 대한 불신’이다. 스마트폰의 모든 동작 정보를 몰래 빼내는 ‘스파이앱’이 확산되고 있다. 또 문자메시지 금융사기인 스미싱 같은 ‘메신저 피싱’ 가능성도 나온다. 실제로 IT 분야 시장조사업체인 오범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온라인 금융 서비스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1%에 불과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급의 간편함과 보안성은 반비례하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사용 절차는 간편하더라도 정보 암호화나 모니터링, 시스템 점검 등이 체계적으로 따라주면 보안 사고가 발생할 소지가 적다는 것이다.

보안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마존의 자체 결제 서비스 ‘원클릭’은 처음 한 번 신용카드 번호, 유효기간, e메일 주소를 입력하고 이후에는 클릭만 하면 되지만 보안사고 소식은 없다”며 “모바일 메신저 금융에 대한 불신은 ‘막연한 불안’에 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걸림돌은 규제다. 국내법에는 비금융회사도 금융사업을 할 수 있는 근거는 있다. 하지만 국내 IT업계에선 “실제로 비금융회사가 한국에서 금융업을 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포털사의 한 관계자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국내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신용카드사업자 허가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결제할 때 필요한 본인 인증을 은행이나 카드사만 할 수 있도록 해 IT기업이 더 좋은 기술을 갖고 있어도 기존 금융사와 손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마존 원클릭처럼 자체 기술을 활용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길이 막혀 있다는 얘기다.

서동일 dong@donga.com·황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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