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불과 며칠 전이군요. 러시아와의 1차전이 끝난 뒤였습니다. 당시 태극전사 여러분께 “미안하다”는 말을 꺼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실 월드컵 직전 치른 일련의 평가전을 지켜보고 대표팀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었죠.
그로부터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알제리전은 기대가 컸던 만큼 너무 실망스럽군요. 좋은 장면보다는 유쾌하지 못한 순간들이 계속 떠오르네요. 좀더 솔직히 말할게요. 2골차, 4실점이라는 결과도 쓰라리지만 볼이 자신의 앞으로 오는 것이 두려웠는지, 지켜보는 사람이 ‘왜 저렇게 계속 피하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무기력했던 대표팀 전체의 경기력에 무척이나 속이 답답했습니다. 전반 45분을 맥없이 흘려보낸 뒤 후반에 보여준 분전만으로 희망을 느끼기에는 참으로 초라한 밤이군요.
그래도 아직 모든 것이 끝나진 않았습니다. 자력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여러분에게는 아직 마지막 기회가 있으니까요. 요즘 유럽에서도 ‘대세’로 통한다는 벨기에와의 3차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월드컵 본선 조 추첨이 끝난 뒤 ‘가장 어려운 상대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만나게 돼 천만다행’이라고 안도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꼭 이겨야 한다니…. 상당히 당황스럽고 어색한 일입니다. 물론 우리가 못 이기리란 법은 없습니다. 가급적 많은 골을 넣고 승점 3점을 확보하는, 그야말로 ‘완벽한 승리’를 거둔다면 혹시 압니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는데, 하늘이 정말 감동할 만한 드라마를 쓴다면 조별리그 통과라는 지금 이 순간 기대하기 힘든 기적이 찾아올 수도 있으니까요.
더 이상 초라해져선 안 됩니다. 현대축구는 투혼과 의지만으로는 안 된다던데, 여전히 태극전사들의 당당한 발걸음을 보고 싶은 것은 대체 왜일까요? 위기에서 항상 강했던 한국축구다운 플레이를 보고 싶습니다.
포르투 알레그리(브라질)|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