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전선 육군 22사단 일반전방소초(GOP)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참극은 우리 군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인 병력 자원 감소 현상과도 연결되어 있다. 사회 전반적인 저출산의 영향으로 군 입대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20년에 이르면 군 입대자는 21만∼22만 명까지 내려갈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에 사고를 일으킨 임모 병장처럼 군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이른바 ‘관심병사’는 늘어나는 추세다. 국가 안보를 생각하면 우려스러운 일이다.
어제 자살을 기도한 직후 생포된 임 병장은 인성검사에서 특별관리 대상인 A급을 받았다가 지난해 11월 B급으로 하향 조정돼 GOP에 투입됐다. 사건이 발생한 22사단만 해도 관심병사가 1800명으로 이 가운데 A, B급은 800명가량이다. 우리 군 전체의 관심병사 수는 3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 군 당국은 정확한 통계를 밝히지 않고 있다. 군은 GOP 투입 병력 가운데 B급 관심병사까지 배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야는 지난 대통령선거에서도 군 의무복무 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는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1984년 이전까지 33개월이었던 사병 복무기간은 정치권의 포퓰리즘 공약으로 계속 줄어 지난 정부 때 일단 21개월로 묶어놓은 상태다. 군 당국은 정치권의 무리한 단축 요구를 차단해야 한다.
군은 최전방 GOP 사단에 폐쇄회로TV를 설치하고, 철책 절단을 감지하는 장비를 도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사업의 완료시기는 올해 말에서 최소 2년 뒤로 늦춰질 것이라고 한다. 정보기술(IT) 강국의 강점을 살리는 이 사업의 완료시기를 가능한 한 앞당겨야 한다. 하지만 병력 부족의 문제를 인정하더라도 군 당국이 임 병장처럼 문제가 있는 사병을 중무장시켜 GOP에 내보낸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부대원 중에 이상한 고참이 있다”는 말을 이번 사고로 희생된 병사에게 들었다는 유가족의 증언도 나왔다. 군 당국은 병력 관리 체제의 근본적인 개혁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