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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총기 참극, 무리한 군 복무기간 단축에도 원인 있다

입력 | 2014-06-24 03:00:00


동부전선 육군 22사단 일반전방소초(GOP)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참극은 우리 군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인 병력 자원 감소 현상과도 연결되어 있다. 사회 전반적인 저출산의 영향으로 군 입대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20년에 이르면 군 입대자는 21만∼22만 명까지 내려갈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에 사고를 일으킨 임모 병장처럼 군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이른바 ‘관심병사’는 늘어나는 추세다. 국가 안보를 생각하면 우려스러운 일이다.

어제 자살을 기도한 직후 생포된 임 병장은 인성검사에서 특별관리 대상인 A급을 받았다가 지난해 11월 B급으로 하향 조정돼 GOP에 투입됐다. 사건이 발생한 22사단만 해도 관심병사가 1800명으로 이 가운데 A, B급은 800명가량이다. 우리 군 전체의 관심병사 수는 3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 군 당국은 정확한 통계를 밝히지 않고 있다. 군은 GOP 투입 병력 가운데 B급 관심병사까지 배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야는 지난 대통령선거에서도 군 의무복무 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는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1984년 이전까지 33개월이었던 사병 복무기간은 정치권의 포퓰리즘 공약으로 계속 줄어 지난 정부 때 일단 21개월로 묶어놓은 상태다. 군 당국은 정치권의 무리한 단축 요구를 차단해야 한다.

군 병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GOP 근무 형태에도 문제가 있다. 이번에 사고가 난 22사단은 휴전선과 해안 경계를 모두 담당해 경계 범위가 매우 넓다. 1개 GOP가 맡는 철책 길이가 1km 이상으로 소초원 40명이 나서더라도 완벽하게 경계하기가 쉽지 않다. 동부전선을 관할하는 1군 사령부의 병력은 과거보다 1만 명 가까이 줄었다. 이런 상태에서 근무 강도가 높아진 것도 군기 사고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군은 최전방 GOP 사단에 폐쇄회로TV를 설치하고, 철책 절단을 감지하는 장비를 도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사업의 완료시기는 올해 말에서 최소 2년 뒤로 늦춰질 것이라고 한다. 정보기술(IT) 강국의 강점을 살리는 이 사업의 완료시기를 가능한 한 앞당겨야 한다. 하지만 병력 부족의 문제를 인정하더라도 군 당국이 임 병장처럼 문제가 있는 사병을 중무장시켜 GOP에 내보낸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부대원 중에 이상한 고참이 있다”는 말을 이번 사고로 희생된 병사에게 들었다는 유가족의 증언도 나왔다. 군 당국은 병력 관리 체제의 근본적인 개혁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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