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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만원짜리 그림 챙기고… “부친 빚갚게 억대 달라” 甲질

입력 | 2014-06-24 03:00:00

롯데홈쇼핑 납품비리 백태… 檢, 신헌 前대표 등 24명 기소
전처-내연녀 동생 계좌로 돈 받고… 소개받은 주식 손실나자 비싸게 되팔아
“방송 편성 유리하게 해주겠다”… 브로커 역할 ‘로비형 벤더’ 업체도




홈쇼핑 납품업체의 치열한 경쟁을 악용해 뒷돈을 챙겨온 롯데홈쇼핑 납품 비리 수사가 신헌 전 롯데쇼핑 대표(60)를 구속 기소하며 23일 마무리됐다. 올해 1월 시작해 6개월에 걸친 수사로 신 전 대표 등 최고경영자(CEO)부터 영세 납품업체 대표까지 홈쇼핑 납품과 관련한 ‘갑을(甲乙)’ 구조 비리 사슬에 연루된 24명이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서영민)에 따르면 신 전 대표는 2007년 10월∼올해 2월 홈쇼핑 론칭과 백화점 입점 등 편의 제공 명목으로 벤처업체와 카탈로그 제작업체 등 3곳에서 총 1억33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로 구속 기소됐다. 카탈로그 제작을 맡기는 명목으로 받아 챙긴 이왈종 화백의 시가 2000만 원짜리 그림도 포함돼 있다.

이모 전 생활부문장(49)은 아버지와 아들 계좌뿐 아니라 전처의 계좌로, 하모 전 상품기획자(MD·49)는 내연녀의 동생 계좌로 각각 금품을 받기도 했다.

롯데홈쇼핑 임직원들은 납품 경쟁을 악용해 관련 업체들로부터 1400만∼9억8410만 원에 이르는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하 씨는 주식투자 종목을 소개받은 뒤 손실이 나자 주식을 납품업체에 비싸게 되파는 수법으로 4000만 원을 챙겼다. 정모 전 MD(43)는 부친의 도박 빚 해결 명목으로 납품업체로부터 1억5000만 원을 받아냈다. 김모 고객지원부문장(50)과 이모 방송지원본부장(52) 등은 회사 인테리어 공사업체를 통해 회삿돈을 빼돌린 뒤 신 전 대표에게 상납했다.

비리의 중심에는 납품업체를 상대로 방송 편성에 유리한 역할을 해주겠다며 브로커 노릇을 하는 ‘로비형 벤더’ 업체들이 있었다. 벤더업체 대표 김모 씨(42·구속 기소)는 “나를 통해서만 롯데홈쇼핑에 론칭이 가능하다”며 납품업체 13곳으로부터 약 30억 원을 받아냈다. 이 중 5억6778만 원이 롯데홈쇼핑 임직원들에게 리베이트 명목으로 들어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홈쇼핑 채널이 자금력과 매장이 없는 중소업체의 판로 역할을 한다는 방송 채널 허가 취지에 맞게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4월에는 납품 비리를 저지른 홈쇼핑업체의 채널 재승인에 불이익을 주는 대책을 발표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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