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담화 검증 후폭풍]
‘日 강제동원 백서’ 발간 추진
韓日의 ‘불편한 시선’ 조태용 외교부 1차관(오른쪽)이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초치된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에게 일본의 고노 담화 검증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일본 정부가 고노 담화를 흠집 내려 할수록 아베 정부의 신뢰와 국제적 평판만 상처 입고 일본 자신에게 손해만 자초할 것임을 분명히 알아두라. 아베 정부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일본 정부의 고노 담화 검증보고서 발표에 항의해 23일 오후 2시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를 서울 외교부 청사로 불러들인 조태용 외교부 제1차관은 굳은 얼굴로 이같이 경고했다고 정부 당국자가 전했다.
○ “고노 담화 검증은 담화의 신뢰성 훼손” 조 차관은 A4 용지 여섯 쪽에 걸쳐 한국 정부가 준비한 입장을 읽어나갔다. 그는 “아베 정부가 어떤 시도를 해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엄정한 평가는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다”라며 “역사의 진실은 누구도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고노 담화 검증을 ‘객관성을 가장해 일본에 유리한 내용만 편집함으로써 고노 담화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유명무실화하려는 기도’로 규정했다.
조 차관은 “일본의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조치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국장급 협의에 부정적인 환경을 조성했다”며 강한 유감과 실망을 표시했다. 4월과 5월 두 차례 열린 국장급 협의가 이달엔 열리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무표정하게 듣던 벳쇼 대사는 “그 뜻을 총리에게 보고하겠다. 일본 정부의 입장은 ‘고노 담화를 수정하지 않고 계승하겠다’는 최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기자회견에 다 나와 있다”는 짧은 말만 남긴 채 오후 2시 50분경 외교부를 떠났다.
○ 위안부 동원 강제성 증거 외교문서 확인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일본 정부가 인정한 외교문서들의 존재도 이날 확인됐다. 정부가 분석한 1992년 1월 한국 외교문서에 따르면 당시 한일 협의 과정에서 한국 정부 당국자가 “종전 직전인 1945년 8월 14일 위안부 문제에 일본 정부가 관여됐다는 서류를 일본 정부가 소각했다는 일본 관계자의 증언이 있다”고 하자 일본 정부 당국자가 “그래서인지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1993년 8월 고노 담화 발표를 앞두고 일본 당국자가 “책임을 한국 측에 전가할 생각이 없다. 고노 담화 내용에 대해 일본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질 것”이라고 밝힌 외교문서도 존재한다.
1992년 7월 일본 정부의 위안부 문제 조사 결과에는 “위안소의 설치, 위안부 모집을 담당한 자에 대한 감독, 위안 시설의 축조 및 증강, 위안소 경영 및 감독, 위안소와 위안부의 위생관리, 위안소 관계자의 신분증명서 발급에 일본 정부의 관여가 있었다”고 인정하는 내용이 적시됐다. 특히 일본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강간 등 불법 행위로 반일감정이 조성되고 있어 신속히 위안 설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공첩(공문서), 위안부 모집 관계자의 인선을 적절히 하라는 공첩, 위안시설 설치와 증축을 위한 병력을 차출해야 한다는 공첩 등을 배포한 사실을 인정했다. 1992년 1월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당시 일본 총리는 방한해 한국 정부에 “위안부 모집과 위안소 운영에 일본군이 관여한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내외에 사죄하는 입장”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한편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해 일본과 교섭을 진행 중인 북한도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고노 담화 흔들기는 그릇된 역사관의 발로다. 당장 걷어치우라”고 비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