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전대추진모임’ 결성
7·14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후보들이 벌이는 ‘진흙탕 싸움’에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이 ‘경고 카드’를 꺼내들었다. 유력 당권 주자인 서청원 김무성 의원 측이 ‘여론조사 조작의혹’ 공방을 벌이는 등 전당대회가 갈수록 혼탁해지면서 전대가 자칫 국민의 외면을 받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조해진 강석훈 하태경 의원 등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21명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쇄신전대추진모임’을 결성했다. 조 의원은 “이번 전대가 세(勢) 대결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당의 미래지향적 청사진을 도출하는 계기로 삼자”고 말했다. 김태흠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보수의 위기를 경험하고도 반성하는 목소리가 없다”며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새로운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전대에서 사라져야 할 4가지 관행을 제시했다. 소모적 비방(네거티브)을 비롯해 △줄 세우기 △단체식사 등 세몰이 △청와대, 주요 당직자, 지자체장의 경선 관여 등이다. 또 당 쇄신 및 지지층 확대 방안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후보들에게 전달한 뒤 답변서를 놓고 26일 2차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날 모임의 참석자 중에는 유력 주자를 돕는 의원들도 있지만 ‘지금처럼 전대가 치러질 경우 모두가 패자가 될 것’이라는 데는 공감했다. 4선의 심재철 이한구 정병국 의원 등 중진 의원들도 뜻을 같이하겠다고 밝혔다. 이한구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번 모임에 참여한 의원들이 당의 희망”이라며 “새누리당이 거듭나기 위해선 이번 전대부터 확실히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참 의사를 밝힌 의원은 모두 35명으로, 새누리당 의원 148명 중 23.6%에 이른다. 전대에 출마한 김영우 의원도 이날 “구태정치를 지양하고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논하자”고 제안했다.
전대를 지켜보는 청와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집권 2년 차에는 청와대와 당이 한 몸이 돼 국정과제를 풀어가야 하는데 이렇게 치열하게 전대가 치러지면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며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당내 갈등이 지속될 텐데 당청 간에 유기적인 협력이 가능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