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거취 논란]보수층 “해명 기회 줘야”… ‘文의 입’ 예의주시하는 靑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3일 오후 굳은 표정으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을 나서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국가보훈처는 23일 “독립유공자로 201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은 문남규 선생이 문 후보자의 할아버지와 동일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 후보자는 퇴근길에 “저의 조부님의 명예가 걸린 사안이다”며 “국가보훈처도 법 절차에 따라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른 케이스와 똑같이 공정하게 처리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친일 논란에 휩싸인 문 후보자에겐 확실한 ‘반전 카드’다.
보훈처 발표 직후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문 후보자는 친일, 반민족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억울함을 거듭 호소했다”며 “청문회도 열리기 전에 여론 재판에 의해 잘못된 편견과 왜곡이 진실을 덮어버린다면 이는 결코 옳은 방향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자의 실추된 명예 회복을 위해 여당이 뒤늦게 나서는 모양새다.
보수층에서도 문 후보자에 대해 해명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학계와 언론계 종교계 문화계 등 각계 원로 및 중진 인사 482명이 22일 문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개최를 공식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이 같은 반전 기류에 문 후보자도 무조건 버티기에 들어가진 않을 것으로 청와대는 보고 있다. 어느 정도 명예 회복이 이뤄진 만큼 다시 ‘진흙탕 논쟁’이 벌어질 청문회장에 발을 들이겠느냐는 것이다.
야당의 공세도 그렇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의 이탈로 국회 인준 통과는 여전히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회 일각의 반전 분위기가 있다고 해도 여당 의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문 후보자를 계속 안고 갈 경우 위험 부담이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문 후보자가 끝까지 청문회 개최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후보자가 버틴다면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 문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오늘 아무 할 말이 없다. 조용히 제 일을 하면서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지인들에게는 “해명만 잘되면 물러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막판까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이재명 egija@donga.com·동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