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 임병장 대치중 자살기도… 메모 남겨 42시간만에 생포돼 병원 이송… 軍, 관심병사 숫자도 파악 못해 A급 3.6% 추정만… “직무유기” 지적
“아들아 제발…” 전화로 투항 설득하는 아버지 강원 고성군 22사단 일반전방소초(GOP)에서 총기를 난사해 동료를 숨지게 하고 탈영한 임모 병장의 아버지(오른쪽)와 어머니(왼쪽 뒤편), 형(왼쪽 어머니 앞)이 임 병장에게 자수를 설득하려고 23일 오전 군 관계자들과 함께 대치 현장에 앉아 있다. 임 병장의 아버지가 휴대전화로 임 병장과 통화하고 있다. 임 병장은 자살을 시도한 뒤 생포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고성=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고성군 현내면 야산 일대에서 군 추격조와 대치하던 임 병장은 이날 오후 2시 55분경 자신의 K-2 소총으로 왼쪽 가슴과 어깨 사이에 실탄 1발을 쐈다. 사건 직후 군 추격조는 임 병장이 갖고 있던 소총과 실탄을 회수한 뒤 헬기편으로 강릉아산병원으로 이송했다. 병원 측은 “임 병장이 수술을 받은 후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군 추격조는 이날 오전 8시 20분 임 병장과 7, 8m 떨어진 거리까지 접근해 투항을 권유했다. 이어 오전 11시 25분경 임 병장의 아버지와 형이 현장에 도착해 3시간여 동안 투항을 권유했지만 결국 자살을 기도했다. 사건 발생 42시간 40여분 만에 임 병장이 체포되면서 무장탈영극은 막을 내렸다.
이번 사건으로 관심병사에 대한 군 당국의 관리 부실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군이 관심병사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이후 국방부나 육군이 공식적으로 취재진에 알린 것은 임 병장이 근무한 22사단의 관심병사 현황뿐이었다. 정확한 통계를 공개하라는 취재진의 요구에 군 당국은 “국방부나 각 군에서 통계를 유지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 대신 군 복무에 가장 적응하지 못하는 A급 특별관리대상은 전군에서 1만7000여 명으로 전체 병사의 3.6%에 이른다는 추정치만 제시했다.
군은 부대원의 전출입 과정에서 관심병사 수가 매일 바뀌어 정확한 집계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군 전문가들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예하 부대에서 파악한 관심병사 수를 일괄적으로 더하기만 해도 전체 관심병사 수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확한 관심병사 통계를 확보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