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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자진사퇴…“대통령 도와드리는 것으로 판단”

입력 | 2014-06-24 10:47:00


사진=원대연 기자

문창극 국무총리 내정자가 24일 자진사퇴했다.

문 후보자는 이날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저는 오늘 총리 후보를 자진사퇴한다"고 밝혔다.

문 후보자는 사퇴 결심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후보 지명을 받았으나 다음 날 '친일 역사관' 의혹이 불거져 논란의 중심에 선 문 후보자는 내정 14일 만에 스스로 물러나는 선택을 했다. 또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어 연달아 인사 청문회도 못 하고 총리 후보자 신분에서 물러나는 셈이 됐다.

문 후보자는 이날 작심한 듯 여론과 국회, 언론 등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또 친일 논란과 관련해 독립유공자 후손임을 강조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국민 여론을 앞세워 자신에게 사퇴압박을 가한 것을 염두에 둔 듯 "국민의 뜻만 강조하면 여론정치가 된다"며 "여론은 변하기 쉽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의해 지배받기 쉽다"고 지적했다.

국회에 대해서는 "법을 만들고 법치의 모법을 보여야 할 곳은 국회"라며 "대통령께서 총리 후보를 임명했으면 국회는 법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개최할 의무가 있음에도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 중에서도 많은 분이 신성한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고 저에게 사퇴하라고 말씀하셨다.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을 깨면 이 나라는 누가 법을 지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오도된 여론이 국가를 흔들 때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는다"고 강조했다.

언론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언론의 생명은 진실보도다. 발언 몇 구절을 따내서 그것만 보도하면 그것은 문자적인 사실 보도일 뿐"이라면서 "그것이 전체의미를 왜곡하고 훼손시킨다면 그것은 진실보도가 아니다. 우리 언론이 진실을 외면하면 이 나라 민주주의는 희망이 없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교회 강연 중 일부만 발췌해 친일 의혹을 제기한 언론보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자는 또 자신의 친일 의혹을 부인하며 가족사를 소개했다.
그는 "제 가족은 문남규 남영 남자 별 규자 할아버지가 삼일운동 때 만세를 부르시다가 돌아가셨다는 가족사를 아버님 문주석으로부터 듣고 자랐다"며 "검증팀이 저의 집 자료를 갖고 보훈처에 알아봤다. 뜻밖에 항일 투쟁 중에 순국하신 것이 밝혀져 건국훈장 애국장이 2010년에 추서된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가족은 이 사실을 밖으론 공개하지 않고 조용하게 처리하기로 했다고 제가 어제 이미 말씀드렸다. 왜냐하면 이런 정치 싸움 때문에 나라에 목숨 바치신 할아버지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 나라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의 손자로서 보훈처와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 절차에 따라 다른 분의 경우와 똑같이 처리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문 후보자는 이 같은 얘기를 다 마친 후 자신의 거취 문제를 마지막으로 언급했다.

그는 "저를 이 자리에 불려주신 분도 그분이시고 저를 거두어들일 수 있는 분도 그분이다. 저는 박 대통령 도와드리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으로 판단했다. 저는 오늘 총리 후보를 자진사퇴한다"고 밝힌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기자회견장을 빠져 나갔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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