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古都 순례하는 초호화선… 음식-쇼-‘온천료칸’ 맘껏 즐긴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선미 16층 덱. 동그란 그늘막 아래가 전통료칸에서 볼 수 있는 노천탕 스타일의 야외욕장이고 그 뒤 한 층 아래에 야외풀이 있다. 요코하마(일본)=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그러나 지난달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의 ‘일본 고(古)도시 크루즈’를 경험해보고 이런 통념을 바꿀 필요성을 느꼈다. 나같이 아직도 배낭여행을 마다않는 액티브한 50대 여행전문기자에게도 크루즈여행은 매력만점의 호사여행이란 걸 느끼게 해줘서다.
그뿐이 아니다. 서너 살짜리 아기를 동반한 30대 부부에게도, 모처럼 만나 수다 떠는 것을 인생최고의 행복으로 생각하는 40대 주부의 동창생모임에도, 따분한 상사와 갑갑한 조직에서 탈출해 모처럼 자유로움을 찾아 무작정 휴가를 떠난 20대 직장여성에게도 크루즈는 환상의 쉼터이자 도피처였다. 배안에 갖춰진 모든 것이 이들을 만족시키고도 남을 만큼 매력적이니까. 그러니이제부터는 이렇게 말하자. 크루즈는 ‘그 자체로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여행’이라고.
18층 호텔 규모, 부산항 들르는 코스도 마련
승선을 환영하는 선장주최 파티가 아트리움이라 불리는 로비에서 한창이다. 턱시도 등 정장과 칵테일 드레스 차림의 승객들이 수백개 유리잔으로 쌓은 탑에 샴페인 붓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 배는 최근 리노베이션을 끝냈다. 내가 승선을 결정한 것도 그 소식을 듣고서다. 리노베이션 자체가 극동크루즈 활성화를 겨냥해 동양인 고객의 취향을 좀더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시아인의 감성을 배려하고 충족시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궁금했다. 다른 크루즈선사의 경우엔 구미 서양인 취향에 맞춰 건조한 선박을 가져와 쓰는 경우가 많아서다. 배는 프린세스크루즈의 18척 선단 중 두 번째로 고급스러운 ‘그랜드’급. 총톤수 11만5875t(길이 290m 폭 37.5m)에 승객 2670명과 승무원 1100명이 탄다. 갑판은 18개 층. 호텔로 치면 18층 규모다.
크루즈선에 타려면 약간의 인내가 필요하다. 2000여 명이 출국수속과 세관검색에 짐까지 부쳐야 하니 줄을 서서 꽤 오래 기다려야 한다. 일찍 도착하는 게 최고의 선택이다. 오후 6시. 요코하마 항 고층건물 사이로 석양이 내려앉았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도 그즈음 출항했다. 일정은 아오모리∼도야마∼마이즈루∼부산∼후쿠오카∼나가사키∼요코하마. 이 열하루 중 내 일정은 부산에서 내리기까지의 7일간. 내 일정 중엔 온종일 항해만 하는 날도 이틀이나 들어 있다. 이틀째(요코하마∼아오모리)와 엿새째(마이즈루∼부산)가 그날인데, 무료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는 정반대였다. 넓은 배안에 여러 다양한 즐길거리를 찾아다니는 재미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크루즈선 자체가 여행지라는 말을 실감했다.
빈틈없는 선상대피훈련에 안전 걱정 사라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 극장에서 매일 저녁 펼쳐지는 쇼 중 하나인 ‘두 유 워너 댄스’. 무료입장이다.
크루즈에선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25달러에 와인 6종을 테이스팅하며 배우는 와인클래스.
크루즈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역시 먹고 마시고 즐기는 호사스러운 일상.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는 식당 10개(뷔페 2·정찬식당 5개 포함)와 바 8곳(나이트클럽 2개 포함), 쇼 공연장과 야외영화관, 럭셔리 스파와 바다전망 짐(Gym·피트니스센터), 풀 4개(실내외)와 야외 자쿠지를 갖추고 있다. 크루즈여행 경비엔 모든 식사가 포함돼 있다. 그렇지만 좀더 품격 있는 식사를 원하는 이를 위해 특별한 식당(추가비용 부담)도 따로 두고 있다. 이 배에도 세 곳이 있는데 비용은 1인당 미화 25달러(2만5000원가량). 그중 스털링 스테이크하우스에선 최고급 스테이크가, 사바티니에선 고급 이탈리안 요리가 다섯 코스로 나온다. 모든 식당의 와인리스트도 기막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지방의 750년 역사가문인 프레스코발디 와인(35달러) 등 다양한 면세와인을 저렴하게 제공한다.
아오모리-마이즈루 등 기항지 투어 매력
세계최초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생긴 스시식당 ‘카이’. 4월 개장했다.
지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서도 월드컵 열기가 뜨겁다. ‘별빛 아래서 영화감상’이라는 풀사이드 야외극장의 대형모니터로 축구경기를 생중계해주기 때문이다. 4년 후 월드컵에선 나도 크루즈선에서 월드컵 응원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요코하마(일본)=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 현대 크루즈의 ‘원조’… 年 190만명에게 ‘꿈의 여정’ 선물 ▼
크루즈 배 자체가 여행의 목적지!
프린세스크루즈의 명성
18층 호텔 규모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
그의 창업스토리는 인상적이다. 때는 시애틀(워싱턴 주)에서 세계무역박람회가 열린 1962년. 당시 그의 회사는 참가자의 육상수송을 전담했다. 그런데 호텔객실이 크게 부족했다. 고민하던 그에게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전세 여객선을 호텔로 쓰는 것이었다. 그는 열흘간 배를 빌려 엿새는 참가자 수송에, 중간 나흘은 해상호텔로 이용해 숙박난과 수송문제를 해결했다. 그게 크루즈사업에 눈을 뜨는 계기. 그것이 실제 사업으로 구현되는 데는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로열급 크루즈십에 세계 최초로 설치된 선체 돌출형 유리바닥 전망산책통로. 프린세스크루즈 제공
초창기와 21세기 현재의 크루즈여행은 하늘과 땅 차이다. 카지노는 기본이고 일본 온천식 목욕장과 성인전용의 선두(船頭)발코니 쉼터, 다양한 식당에 24시간 룸서비스(객실로 식사배달), 발코니 객실에 야외영화관, ‘돌출유리바닥 해상전망대(스카이워크·Skywalk)’와 선내 TV방송국까지 갖추고 있는 등 호사의 극치를 달린다. 그 모든 것의 시작이 바로 여기, 프린세스크루즈(www.princesscruises.co.kr 02-318-1918)다.
■Travel Info
프린세스크루즈 한글홈페이지(www.princesscruise.co.kr)에 상세한 모든 정보가 있다. 한글 브로셔도 요청하면 무료로 보내준다. 문의 및 예약 02-318-1918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출항일정(출항과 입항은 도쿄 외곽 요코하마 항):열흘 간격 ▽6월:29일 ▽7월:8, 17, 26일 ▽8월:4, 13, 22, 31일 ▽9월:9, 18, 27일 ▽10월:6일 ▽한국 부산 출항:6월 29일, 7월 8, 17일, 9월 18일 ▽제주도 출항:8월 31일, 10월 6일
일본항공 올해로 한국취항 50주년. 최근 홈피(www.kr.jal.com)의 항공권 구매 서비스를 새로 단장했다. 02-757-2711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