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더 잡아야” 환경단체 “무슨 소리”
정확한 개체수 파악 안돼 논란
제주시 한 목장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야생 노루.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에서 야생 노루 포획이 시작된 지 1년이 다 됐지만 정확한 노루 마릿수가 조사되지 않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제주도는 야생 노루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한 뒤 지난해 7월 1일부터 해발 400m 이하의 피해 농경지 반경 1km 이내에 서식하는 노루의 포획을 허가해 16일까지 1670마리를 잡았다고 24일 밝혔다. 노루 포획은 2016년 6월 30일까지 한시적이다. 포획 작업 초기에는 마취총으로 노루를 붙잡아 노루생태관찰원으로 이송할 계획이었지만 마취 효과가 적어 사살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생포 노루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잡은 노루에 대한 상업적 거래를 금지했지만 자가소비 하거나 지역 주민에게 무상 제공하도록 허용한 것도 사살을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노루 포획으로 개체수가 줄어들었지만 포획의 타당성을 놓고 찬반의견이 팽팽하다. 환경단체 등은 노루 추정치가 2011년 2만5000여 마리이지만 통계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5∼10% 정도를 포획한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실제로 노루 개체수가 증가한 것인지, 서식지 이동 등으로 사람과의 접촉이 증가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농업단체 등은 매년 노루로 인해 막대한 농작물 피해가 발생해 노루 포획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적정 개체수보다 1만 마리 이상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된 만큼 인위적인 개체수 조절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년 동안 포획 실적으로는 노루의 자연증가 추정치인 연간 3500여 마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포획 작업을 더욱 확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주도 한라산연구소 오장근 박사는 “올해부터 전수조사를 통해 노루 개체수를 파악하고, 내년부터 노루 생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두 조사로 얻은 과학적 근거를 통해 노루 보호대책을 수립한 뒤 포획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