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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동부제철 자율협약” 구조조정 태풍 예고

입력 | 2014-06-25 03:00:00

포스코 ‘패키지 인수’ 포기 파장




포스코가 24일 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인천스틸)과 동부발전당진이 포함된 ‘동부 패키지’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주도해 온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동부그룹의 정상화에 비상이 걸림에 따라 산업은행은 이날 그룹의 핵심 비(非)금융 계열사인 동부제철에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신청을 요구하기로 했다. 동부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금융당국이 지목한 14개의 대기업 그룹 가운데 구조조정이 가장 지체되고 있는 곳이다.

○ 동부그룹, 본격 구조조정 돌입

류희경 산업은행 부행장은 이날 “23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을 만나 동부제철의 자율협약 체결을 주문했다”며 “김 회장은 채권단이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준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자율협약은 경영난에 빠진 기업과 돈을 빌려준 채권단이 맺는 자율적인 경영 협약으로, 사실상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첫 단계다. 비록 법적 구속력이 있는 워크아웃보다는 구조조정 강도가 한 단계 낮지만 경우에 따라 대주주가 지분을 내놓거나 경영권을 잃기도 한다.

동부그룹이 이처럼 채권단 주도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은 포스코의 ‘동부 패키지’ 인수 포기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지난해 11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3조 원 규모의 자구책을 발표한 동부그룹은 지난달 동부익스프레스의 매각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일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동부그룹이 ‘동부 패키지’의 매각 방식과 김 회장 일가의 사재 출연 여부 등을 놓고 채권단과 갈등을 빚으면서 구조조정이 계속 지연돼왔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계열사의 여신 중단이나 회사채 인수 거부 등 특단의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다만 산은은 이날 동부제철의 자율협약 외에 다른 구조조정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산은 관계자는 “다른 계열사의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은 시장에 주는 충격이 크므로 가능성을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며 “이번 구조조정이 김 회장의 경영권 반납을 전제로 한 것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 동부 계열사들, 개별 매각으로 전환

채권단은 지금까지 추진해 온 ‘동부 패키지’의 매각은 개별 매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우선 상대적으로 시장 수요가 많은 동부발전당진은 공개 경쟁입찰 방식으로 이달에 매각 절차를 개시한다. 그러나 매수자가 당장 나타나지 않은 동부인천스틸은 추후 처리 방향을 정할 계획이다. 동부그룹 측은 이날 “조속히 매각 절차를 진행해 자구계획의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동부 패키지’ 인수를 포기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우리가 동양파워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상황에서 동부발전당진까지 인수할 여력이 있는지는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동부인천스틸은 중국 철강사들이 강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철강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컬러강판과 관련한 기술의 해외 유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이 난항을 겪으면서 이날 동부제철 동부건설 동부하이텍 등 주요 계열사의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최근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잇달아 동부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정지영 기자 jjy016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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