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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스트라이크존 사라졌다

입력 | 2014-06-25 06:40:00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스포츠동아DB


2010년 양쪽으로 3.5cm씩 확대했다가
이듬해 발표도 없이 슬그머니 원상복귀

우리 프로야구가 4년간 진짜 스트라이크존이 사라진 채 경기를 해왔다. 경기 중 심판의 콜이 가장 많고 사실상 야구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 규칙이 무려 4년간이나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사실상 사문화된 규정을 바꾸지 않아 일어난 일이다.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는 2010시즌을 앞두고 규칙을 고쳐 스트라이크존을 확대했다.

가장 첫 번째 목적은 경기 시간 단축이었다. 당시 KBO 수장이었던 유영구 전 총재는 스피드 업이 프로야구 흥행과 중계수입 증가 등에 가장 첫 번째 필요조건이라고 판단했다.

고심 끝에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한 현장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교육과 함께 ‘12초 룰’을 도입했다. 주자가 없을 때 투수는 12초 안에 투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 12초 룰이다. 이와 함께 KBO는 스트라이크 존까지 확대했다. 볼넷이 줄어들고 투수와 타자 모두 공격적인 플레이로 경기시간 단축에 가장 효과가 클 수 있다는 기대로 현장의 반대에 맞섰다.

스트라이크는 홈 플레이트를 통과하는 공으로 했다. 규정된 규칙은 양쪽으로 공 반개씩을 확대한다고 했다. 프로야구 공인구의 지름은 약 7cm로, 양 쪽으로 3.5cm가 확대됐다.

5년이 지난 2014년 두 가지 규칙 중 12초 룰은 여전히 그라운드에서 엄격히 적용된다.

그러나 확대된 스트라이크존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구심은 단 한명도 없다.

KBO에 문의결과 2010년 이후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규칙 개정은 공식적으로 없었다.

KBO 관계자는 “2010년 이후 확대된 스트라이크존을 다시 축소한다는 등의 공식적인 개정이나 발표는 없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이미 2011시즌부터 예전의 스트라이크존으로 돌아갔고 투구추적 시스템의 영향으로 오히려 최근에는 스트라이크 존이 안쪽으로 더 좁아졌다고 주장했다. 한 베테랑 타자는 “2011년부터 다시 존이 좁혀져 또 다시 바뀐 줄 알았다. 그 해 스프링캠프부터 심판들이 좁아진 옛날 존으로 판정을 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2010년 확대된 스트라이크는 예상보다 큰 혼란을 불러왔다. 심판과 선수의 불신이 컸다. 결국 단 한 시즌 만에 아무도 결정하지 않은 존 축소가 진행됐다.

현재 프로야구는 경기시간 지연과 극심한 타고투저로 흔들리고 있다. 만약 12초 룰처럼 지난 5년간 확대된 스트라이크존이 계속 유지되고 새 존을 적용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면 현재 리그의 모습도 많이 달라질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크다.

도상훈 KBO 심판위원장은 “심판위원장을 맡기 전의 일이라 정확히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각 팀장들에게 확인한 결과 심판들이 모여 의도적으로 존을 좁혔다거나 더 엄격히 판정하자고 한 적은 전혀 없었다. 10여년 전과 비교해 지금 스트라이크존이 결코 더 좁다고 할 수 없다. 다만 투구추적시스템 등의 영향으로 일부 심판들이 위축 된 것도 사실이다. 존에 들어온 공은 절대 놓치지 말자고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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