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스포츠동아DB
2010년 양쪽으로 3.5cm씩 확대했다가
이듬해 발표도 없이 슬그머니 원상복귀
우리 프로야구가 4년간 진짜 스트라이크존이 사라진 채 경기를 해왔다. 경기 중 심판의 콜이 가장 많고 사실상 야구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 규칙이 무려 4년간이나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사실상 사문화된 규정을 바꾸지 않아 일어난 일이다.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는 2010시즌을 앞두고 규칙을 고쳐 스트라이크존을 확대했다.
가장 첫 번째 목적은 경기 시간 단축이었다. 당시 KBO 수장이었던 유영구 전 총재는 스피드 업이 프로야구 흥행과 중계수입 증가 등에 가장 첫 번째 필요조건이라고 판단했다.
스트라이크는 홈 플레이트를 통과하는 공으로 했다. 규정된 규칙은 양쪽으로 공 반개씩을 확대한다고 했다. 프로야구 공인구의 지름은 약 7cm로, 양 쪽으로 3.5cm가 확대됐다.
5년이 지난 2014년 두 가지 규칙 중 12초 룰은 여전히 그라운드에서 엄격히 적용된다.
그러나 확대된 스트라이크존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구심은 단 한명도 없다.
KBO에 문의결과 2010년 이후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규칙 개정은 공식적으로 없었다.
2010년 확대된 스트라이크는 예상보다 큰 혼란을 불러왔다. 심판과 선수의 불신이 컸다. 결국 단 한 시즌 만에 아무도 결정하지 않은 존 축소가 진행됐다.
현재 프로야구는 경기시간 지연과 극심한 타고투저로 흔들리고 있다. 만약 12초 룰처럼 지난 5년간 확대된 스트라이크존이 계속 유지되고 새 존을 적용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면 현재 리그의 모습도 많이 달라질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크다.
도상훈 KBO 심판위원장은 “심판위원장을 맡기 전의 일이라 정확히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각 팀장들에게 확인한 결과 심판들이 모여 의도적으로 존을 좁혔다거나 더 엄격히 판정하자고 한 적은 전혀 없었다. 10여년 전과 비교해 지금 스트라이크존이 결코 더 좁다고 할 수 없다. 다만 투구추적시스템 등의 영향으로 일부 심판들이 위축 된 것도 사실이다. 존에 들어온 공은 절대 놓치지 말자고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