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 주전 멤버가 알제리와의 경기에서 참패한 다음날인 24일 오전(한국 시간) 베이스캠프인 포수두이구아수 플라멩구 훈련장에서 회복훈련을 하고 있다.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yohan@donga.com
알제리전 박주영 등 홍명보키즈 부진 속
홀로 그라운드 누빈 손흥민 대표팀 위안
발빠른 이근호·제공권의 김신욱도 대안
2014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한 ‘홍명보호’는 큰 위기에 직면해있다. 목표로 삼은 8강 진출은커녕 조별리그 탈락, 아니 무승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1무1패(승점 1)에 골득실차 -2로 H조 최하위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희망도 찾았다. 대표팀의 뿌리이자 근간이었던 ‘홍명보의 아이들’이 아닌, ‘비(非) 홍명보의 아이들’이다. 손흥민(22·레버쿠젠)-김신욱(26·울산)-이근호(29·상주) 등 공격 3총사다.
홍명보호는 27일 오전 5시(한국시간) 상파울루에서 벨기에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벨기에를 잡는다는 가정 하에선 실낱같은 16강행 가능성도 남아있다. 물론 다득점과 큰 점수차가 필수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비 홍명보의 아이들’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구석이다.
● 예상 밖의 충격
23일 포르투 알레그리의 에스타디오 베이라-리오에서 벌어진 한국-알제리의 H조 2차전의 킥오프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만 해도 양국 취재진의 표정은 극과 극이었다. 한국은 러시아와의 1차전에 출전한 선수들이 그대로 선발 출격한 반면, 알제리는 벨기에전에 나섰던 멤버 중 5명이 바뀌어 있었다. 알제리 기자들은 “(선발 출전한) 이슬람 슬리마니는 역대 최악의 선수”라며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한국 기자들은 러시아전과 비슷한 퍼포먼스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역할 다한 ‘비 홍명보의 아이들’
그래도 교체 선수를 포함한 14명 모두가 무기력하지는 않았다. 손흥민-김신욱-이근호는 충분히 제몫을 다 했다. 홍명보 감독이 2009년 이집트 U-20(20세 이하) 월드컵,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2년 런던올림픽 등 각급 연령별 대표팀을 이끌 당시 인연을 맺지 못했던 선수들이 펄펄 난 것이다. 평가전에서도, 월드컵 본선에서도 꾸준히 출장해온 ‘홍명보 키즈’가 아니다.
상대의 파상공세에 주눅이 들어 뒷걸음질치던 ‘형’들과 달리 손흥민은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경기 내내 10.559km를 뛰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슛 2회(팀 전체 9회)를 시도해 1골을 명중시켰다. 모두가 하나란 의미의 ‘원(One) 팀’을 모토로 하는 홍명보호가 알제리전에선 마치 ‘손흥민의 원 팀’처럼 보였다.
K리그 클래식 울산에서 한솥밥을 먹던 2012년 아시아 클럽 무대를 함께 정복한 김신욱과 이근호도 눈부셨다. 헌신과 열정의 진수였다. 러시아전에서 골 맛을 본 이근호는 빠른 침투와 과감한 돌파로 알제리를 흔들었고, 한동안 홍명보호에서 배제돼 있던 김신욱도 압도적인 제공권 장악력을 보였다. 경기 후 알제리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김신욱이 투입되자 위기가 왔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포스 두 이구아수의 베이스캠프로 돌아와 24일 회복훈련을 한 손흥민은 “아픔을 새기면 끝이 없다. 오직 벨기에전만 바라본다”며, 김신욱과 이근호는 “자그마한 가능성에도 사력을 다하겠다”며 투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