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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장현 기자의 브라질 24시] 무언의 위로…웃음기 사라진 이구아수의 정적

입력 | 2014-06-25 06:40:00

홍명보 감독(오른쪽 2번째)은 24일(한국시간) 플라멩고 스타디움에서 진행한 팀 훈련에 직접 참여해 선수들과 땀을 흘리며 사기를 북돋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알제리전 완패의 여파로 무거워진 분위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이구아수(브라질)|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yohan@donga.com


대표팀 숙소·미디어센터 등 고요
교민·현지 직원들도 조용한 격려

평소와 확연히 달랐습니다. 축구대표팀의 브라질월드컵 베이스캠프가 마련된 포스 두 이구아수는 왠지 축 처진 듯한 느낌이었죠.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32개국 중 20개국 이상이 브라질 교통의 중심지 상파울루나 그 인근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만큼, 한국 선수단이 찾은 이구아수는 지금 이 순간 ‘친한(親韓)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홍명보호’는 23일(한국시간)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벌어진 알제리와의 H조 2차전에서 2-4로 완패했습니다. 이곳 사람들도 그 사실을 모를 리는 없겠죠. 그래서일까요. 아니면 조금은 우울한 기분 때문일까요. 24일 태극전사들의 회복훈련이 진행된 이구아수의 플라멩고 스타다움과 미디어센터가 자리 잡은 코리아하우스의 브라질 현지 직원들 표정도 은근히 어둡습니다. 이들 중 몇몇은 이곳을 출입하던 기자들의 눈치까지 슬슬 살피더군요. 잘 다려진 황토색 제복을 입은 경찰관 미크는 악수까지 청하며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포르투갈어로 몇 마디를 건네는데, 얼핏 뉘앙스를 보니 위로의 메시지 같네요.

때마침 이날은 브라질-카메룬의 A조 3차전이 열렸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미디어센터의 대형 평면TV로 경기가 중계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이라면 자국 대표팀이 게임을 한다고 난리법석을 치고 야단이 났을 텐데, 패배의 쓰라림을 곱씹는 한국 기자들과 선수단, 대한축구협회 직원들의 기분을 이해해서인지 비교적 조용한 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선수들의 얼굴도 밝지 않네요. 몇몇이 파이팅을 외치고 미소를 지으려 하지만 유쾌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알제리전에 출전했던 선수들이 러닝을 하며 사진기자들과 카메라기자들이 모인 구역을 지나칠 때는 냉랭한 기운마저 감돕니다. 러시아와의 1차전이 끝났을 때만 해도 서로 눈인사를 건네고 활기가 넘쳤는데, 불과 며칠 새 분위기가 가라앉으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숙소에서도 분위기가 다르지 않았다는 전언입니다. 선수단 전용식당에선 식기가 달그락거리는 작은 소리만 들렸고, 웃음이 사라졌답니다. 훈련 후 자유 인터뷰가 진행되는 믹스트존을 그냥 통과하는 선수들도 많았고요.

충분히 이해됩니다. 참담한 패배를 어떻게 하루 만에 잊을 수 있겠습니까. 결국 답은 하나입니다.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자존심을 지키는 것. 16강 진출이라는 기적이 찾아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혹 그러지 않더라도 호의를 베푼 이구아수 사람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당당히 다음을 기약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구아수(브라질)|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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