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총리후보자 사퇴]문창극 ‘A4용지 5쪽’ 사퇴회견
깜짝 발표는 없었다. 24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된 지 14일 만에 자진사퇴한 것이다. 이날 문 후보자의 사퇴를 두고 정치권에선 “시기상의 문제였을 뿐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문 후보자의 이날 사퇴 기자회견은 예정에 없었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오전 9시 20분경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오전 10시에 기자회견을 연다고 통보했다.
이날 오전 10시경 정부서울청사 3층 합동브리핑실에 들어서는 문 후보자의 표정은 평소와 달리 굳어 있었다. 문 후보자는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한 뒤 준비해온 A4용지 5쪽 분량의 원고를 읽기 시작했다. 문 후보자는 정치권과 언론에 대한 서운함을 13분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문 후보자는 먼저 “법을 만들고 법치의 모범을 보여야 할 곳은 국회다. 대통령이 총리 후보를 임명했으면 국회는 법 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개최할 의무가 있다”며 자신의 사퇴를 압박한 정치권에 대해 서운함을 드러냈다.
자신의 교회 강연 발언에 대해서도 재차 해명했다. 문 후보자는 “개인은 신앙의 자유를 누린다. 그것은 소중한 기본권”이라며 “평범했던 개인 시절 저의 신앙에 따라 말씀드린 것이 무슨 잘못이 되냐”고 되물었다.
자신의 할아버지가 국가유공자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자신을 둘러싼 친일 논란에 대한 억울함도 드러냈다. 문 후보자는 “우리 가족은 문남규 할아버지가 3·1운동 때 만세를 부르시다가 돌아가셨다는 가족사를 아버지로부터 듣고 자랐다”며 “저에 대한 공격이 너무 사리에 맞지 않아 검증 과정에서 가족 이야기를 했고, 검증팀이 국가보훈처에 알아봤다. 여러분도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검색창에 ‘문남규, 삭주(자신의 원적인 평북 삭주)’ 이렇게 검색해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문 후보자는 회견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곧바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자택으로 향했다. 그는 자택 주변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의 질문에도 침묵을 지키다 이날 오후 1시경 “지방에 가서 쉬다 오겠다”는 말만 주변에 남기고 떠났다.
성남=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