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총리후보자 사퇴]여권, 새총리 후보자 인선 고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4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 직후 이같이 말했다. 새 총리 인선에 속도를 내서 세월호 참사 이후 두 달 넘게 이어진 인적 쇄신 논란을 하루빨리 매듭짓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어 문 후보자마저 중도 하차하면서 국정 공백 장기화는 불가피해졌다. 7·30 재·보궐선거 등 향후 정치 일정도 녹록지 않다. 박 대통령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새 총리 후보자를 선보여야 한다. 새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공감 여부가 정국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가 앞선 두 총리 후보자를 발탁하는 과정에서 이미 검증한 총리 후보군만 3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인사는 내부 검증에서 상당한 결격 사유가 드러났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유력하게 검토한 한 인사는 부인 명의로 엄청나게 많은 부동산 투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하마평에 오른 웬만한 인물들에 대해 초기 검증을 해봤지만 도무지 적임자가 없었다”고 전했다. 결국 원점에서 다시 후보군을 물색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문 후보자 발탁 당시 청와대는 현역 정치인과 법조인, 관료 출신을 최대한 배제하는 분위기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官)피아’ 척결이 사회적 공감을 얻은 데다 안 전 대법관의 전관예우 논란이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청와대 주변에선 상대적으로 문제가 적은 것으로 판단한 문 전 후보자마저 역사인식 논란이라는 새로운 벽에 부딪힌 만큼 인물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하소연이 흘러나온다.
박 대통령은 문 후보자 사퇴 직후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못해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부디 청문회에서 잘못 알려진 사안들에 대해 소명의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두 총리 후보자의 잇단 낙마로 상당수 인사들이 총리 후보직을 고사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 정치인 총리론은 ‘양날의 칼’
정치인 총리론은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정치인 출신의 최대 강점은 정무 감각이다. 박 대통령의 ‘뜻’을 수행하는 데 뛰어나다. 반면에 차기 대선을 노리는 정치인이라면 ‘정치적 미래’를 위해 박 대통령과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 당시 충돌한 이회창 전 총리가 그런 경우다. 김문수 총리 카드를 놓고 여권 내부에서 격론이 벌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인 총리에 대한 부담 때문에 전관예우 논란에서 자유로운 법조인 기용설도 거론된다. 김종빈 전 검찰총장이나 김승규 전 국가정보원장,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 등이 다시 후보군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또 법조인이냐”는 비판 여론을 어떻게 넘을지가 숙제다. 이전 정부에서 중용된 인사들도 다시 살펴볼 가능성이 있다. 국민통합 메시지를 주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과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 등이 우선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 야당과의 물밑협상 여부 주목
새 총리의 콘셉트과 함께 인선 절차도 중요한 변수다. 그동안 인선 보안만 강조하다 보니 인사청문회의 열쇠를 쥔 정치권의 여론 수렴을 등한시해왔다. 특히 야당과의 소통 여부는 주목해야 할 포인트다.
이명박 정부 당시엔 김태호 총리 후보자 낙마 이후 야당 지도부와 접촉하면서 호남 출신인 ‘김황식 총리 카드’를 찾아냈다. 여권도 인선난을 겪고 있고, 야당도 ‘2번 연속 낙마’ 이후 또다시 강공에 나서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여야의 소통 채널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