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총리후보자 어정쩡한 입지 ‘시한부’ 鄭총리가 이미 각료제청… 강력한 리더십 발휘 어려울듯
국무총리 후보자 2명이 연달아 낙마했지만 박근혜 정부 2기를 끌고 갈 일부 내각의 인선은 이미 이뤄진 상태다. 24일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 나머지 장관 후보자 등 8명에 대한 인사청문동의요청서는 국회에 전달됐다. 새 국무총리가 제대로 임명되려면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홍원 총리가 제청을 하더라도 새 총리와의 인사 협의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이다.
청와대는 이달 13일 개각 발표 직후 브리핑에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홍원 총리가 문창극 총리 후보자(10일 지명)와 협의를 거쳐 대통령에게 제청했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가 정식으로 임명되기 전이어서 ‘현직 총리’가 총리 후보자와 협의를 거쳐 국무위원 제청권을 행사했다는 설명이었다. 우리 헌법(87조 1항)은 ‘국무위원은 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미 사의를 표명해 ‘시한부’ 임무를 수행 중인 정 총리의 각료 제청권 행사가 과연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그나마 지난번엔 문 후보자가 형식적이나마 인선 협의를 거쳤다고 하지만 이번엔 아예 협의 기회조차 없는 것이다. 각료 제청은 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인사 협의 절차도 거치지 못한다면 박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때 공약한 책임총리제는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절차적 하자가 제기된 새 총리가 국정 쇄신과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등 세월호 참사 이후 요구되고 있는 과제들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아무리 새 총리를 최대한 신속하게 지명한다 해도 새 총리가 인사청문 절차를 마치는 데는 최소 한 달 이상이 걸린다. 거꾸로 말해 물러날 총리와 장관들 사이의 ‘불편한 동거’는 한 달 이상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퇴임이 기정사실화된 총리에게 새로운 정책 구상을 내놓을 것을 기대할 수도 없다.
배혜림 기자 be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