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전 기적에 도전하는 대표팀 후회-자책으로 훈련 분위기 무거워 손흥민 “16강 희망 끈 놓지 않겠다” 한국영 “경기장서 기어나올 각오로” 洪감독도 선수 독려하며 패스게임
벨기에 골문을 향해… 김신욱이 24일 브라질 내 베이스캠프인 포스두이구아수 플라멩구 경기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훈련 도중 왼발 슛을 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 이날 훈련에서 김신욱은 연신 파이팅을 외치며 분위기를 밝게 만들려 애썼다. 포스두이구아수=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김신욱이 훈련 도중 몇 차례나 소리를 질러대며 분위기를 바꿔 보려 했다. 하지만 깊게 가라앉은 팀 분위기는 196cm, 93kg의 거구 김신욱이 끌어올리기에도 버거운 무게였다. 김신욱의 외침을 이어받아 소리를 지르는 선수도 거의 없었다. 훈련장 안팎에서 김신욱과 늘 붙어 다니는 후배 손흥민은 솔직했다. 손흥민은 “하루 만에 바꿀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게 사실이다”라고 했다.
전날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알제리에 2-4로 완패한 축구 국가대표팀이 24일(한국 시간) 베이스캠프인 포스두이구아수 플라멩구 경기장에서 침체된 분위기 속에 훈련을 했다.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가 주도한 훈련 초반 15분 동안에는 사진 기자들이 눌러대는 카메라 셔터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을 만큼 훈련장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이날 홍명보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들도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바꿔 보려는 듯 선수들 틈에 끼어 소리를 질러가며 패스 게임을 했다.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도 선수들은 16강 진출의 가느다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한국영은 “0.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도전하겠다. 다쳐도 상관없다. 그라운드에서 기어 나온다는 각오로 뛰겠다”고 했다. 알제리전에서 분전한 손흥민도 “16강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정신무장을 잘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스포츠전문 케이블 ESPN의 자체 예측 프로그램인 SPI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0.8%에 불과하다.
대표팀 선수들은 이날 훈련이 끝난 뒤 대표팀 최고참 곽태휘의 주도로 운동장 한가운데에 모여 둥글게 원을 그려 선 채로 5분가량 얘기를 했다. 그런 뒤 어깨를 걸었고 허리를 숙인 뒤 ‘파이팅’을 외쳤다. 훈련이 끝나면 선수들보다 먼저 이동 버스에 오르던 홍 감독과 코치들도 선수들의 이런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고 서 있었다. 대표팀이 지난달 31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시작한 전지훈련 이후로 이런 식의 훈련 마무리는 처음이다. 대표팀은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최종 3차전이 열리는 상파울루에 26일 입성한다.
포스두이구아수=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