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후보 14일만에 자진사퇴 “지금 물러나는게 대통령 돕는것” 朴정부 국정공백 장기화 불가피… 장관후보 8명 청문요청서 제출
청문회 못 서고…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면서 잠시 눈을 감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김용준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어 세 번째 총리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대개조 수준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문 후보자는 이날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를 이 자리에 불러준 이도 그분이고, 저를 거두어들일 수 있는 이도 그분이다”며 “저는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박근혜 정부 들어 초대 총리 후보자였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과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어 총리 후보자 3명이 낙마하는 인사 참사가 빚어졌다. 특히 이들은 모두 국회 인사청문회를 열지도 못한 채 ‘여론 재판’에 밀려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안 전 대법관과 문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하면서 ‘청문회 전 연속 사퇴’라는 헌정 사상 첫 기록도 남겼다. 청와대는 새 총리 인선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정치권을 향해서는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청문회 절차를 밟는) 신성한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고 저에게 사퇴하라고 했다”며 “국민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오도된 여론이 국가를 흔들 때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는다”고 일침을 놓았다.
박 대통령은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문 후보자 사퇴 직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등 부총리·장관 후보자 8명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로 보냈다. 국회는 청문요청안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치도록 돼 있다.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청문회가 집중적으로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동안 국정 공백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 총리를 지명해 청문회를 거쳐 정식 임명하려면 아무리 속도를 내도 한 달 이상이 걸린다. 박 대통령은 ‘관(官)피아’ 척결 등 세월호 참사 후속대책의 추진을 총리에게 맡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총리 후보자들의 잇단 낙마로 박 대통령이 공언한 국가 대개조 작업의 동력도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집권 2년 차 국정 성과를 낼 ‘골든타임’에 비상이 걸렸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