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勞使 ‘통상임금 밀당’… 임협타결률 역대 최저

입력 | 2014-06-26 03:00:00

정기상여금 포함 여부 최대 쟁점
매년 5월이면 매듭짓던 쌍용차도… 18년간 무쟁의 타결 동부제철도
“올해는 교섭 언제 끝날지 몰라”… 정년연장 - 임금피크제도 ‘발목’




쌍용자동차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분규 없이 임금 및 단체협상을 마무리했다. 2009년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은 뒤로 회사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 때까지 노사가 한 발짝씩 양보하기로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매년 5월이면 교섭을 마무리했지만 올해는 5월 말에야 노사가 첫 상견례를 가졌다.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본교섭이 시작되지 않았다. 통상임금 등을 비롯한 각종 논의 과제가 잔뜩 쌓여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지난해 약 150억 원의 통상임금 충당금을 쌓느라 89억 원의 적자가 났다.

이유일 쌍용차 사장은 “통상임금이 확대되면 올해 840억 원을 더 부담해야 하고 복리후생비 등을 고려하면 1000억 원 이상 들어갈 것”이라며 “올해부터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는 회사로서는 치명적”이라고 걱정했다.

○ 통상임금에 밀려 다른 안건은 논의도 못해

고용노동부가 매달 발표하는 임금결정현황조사(옛 임금교섭타결현황조사)에 따르면 5월 말까지 임금교섭 타결률은 10.7%로 집계됐다. 100인 이상 사업장 10곳 중 1곳만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었다는 얘기다. 20%를 웃돌던 2000년대 중반보다 10%포인트 이상 낮다. 고용부 관계자는 “1998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KT는 지난해 5월 임단협을 타결했지만 올해는 아직 교섭을 시작하지 못했다. 지난해 6월 말 협상을 마쳤던 금호타이어도 올해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현대중공업, 한국GM 등도 난항이 예상된다.

경영계는 임단협이 늦어지는 대표적인 이유로 통상임금을 꼽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놓은 뒤 많은 노조가 통상임금 범위 확대를 올해의 주요 임금협상 요구안으로 내세운 상태다.

답답한 건 사측이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노조는 통상임금 확대분에 지난해 동결된 임금까지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이를 받아들이면 연간 200억∼300억 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지난해까지 18년간 무쟁의 타결을 이끌었던 동부제철도 “올해는 순조로운 협상을 자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각종 소송에 정년 연장 등도 지뢰밭

통상임금 관련 소송도 줄을 잇고 있다. 현대자동차, 한국GM, 대우조선해양, 두산인프라코어 등이 현재 노조와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이다. 통상임금 건을 합의한 곳은 삼성전자, LG전자, 동국제강,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 등 일부에 그치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에도 개별 기업에 따라 판단을 내리기에 불명확한 부분이 많다”며 “후속 소송이 최대 6000건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5월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됨에 따라 300인 이상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2016년부터 직원 정년을 60세까지 보장해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 3월 국내 기업 300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등 현행 임금체계 조정 없이 정년을 60세까지 늘리면 인건비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이 67.3%에 이르렀다.  

▼ 재계 “임금 타결 늦어질수록… 채용-투자 등 경영계획 차질” ▼

이에 기업들은 임단협을 통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동계는 “법으로 정년 연장을 보장한 만큼 임금 삭감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 기업들, “하반기는 더 어렵다는데…”

경영계는 지지부진한 임단협이 하반기(7∼12월)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뒤로 노사가 위기 극복을 위해 쟁의 없이 임단협을 끝내곤 했다”며 “올해 워크아웃 졸업을 목표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강경하게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면 올해 계획 중인 워크아웃 졸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직무대행은 “원화 강세, 소비 위축 등의 위협 요인이 점차 커지는 데다 하반기에는 경영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임단협 타결이 늦어질수록 신규 채용, 투자 등 기업들의 각종 경영계획 수립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박창규 kyu@donga.com·김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