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는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공부하던 시절 디자인계 거장 빅터 파파넥 교수의 특강을 들었다. 김 대표는 강의가 끝난 뒤 교수들만 참석하는 초청 만찬에 몰래 들어가 헤드 테이블에 앉았다. 파파넥 교수의 바로 옆자리를 차지하고 서툰 영어로 자신을 당당하게 소개한 뒤 두 가지를 요청했다. 그의 책을 한국어로 번역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과 한 학기만이라도 자신의 지도교수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파파넥 교수는 모두 흔쾌히 들어줬다. 김 대표는 이후 디자인계에서 크게 성장했다. 이게 바로 요청의 힘이다.
누구나 원하는 것이 있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요청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요청해야 한다. 요청하면 이뤄진다. 요청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김찬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의 저서 ‘요청의 힘’(올림·2014년)에 따르면 성공은 내가 하는 게 아니라 남이 시켜주는 것이다.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은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계를 알고 기꺼이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은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겸손한 사람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요청하면 원수 같은 사람과도 친구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정치사상가 벤저민 프랭클린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한 의원이 있었다. 프랭클린은 관계를 회복하고 싶었으나 그렇다고 비굴해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우연히 ‘나에게 도움을 받은 사람보다 내게 작은 도움을 준 사람이 이후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는 격언을 떠올리게 됐다. 프랭클린은 원수 같은 의원이 소장한 귀한 책을 빌려달라고 했다. 의원은 흔쾌히 책을 빌려줬다. 이후 프랭클린을 만난 의원이 먼저 정중하게 말을 걸어왔고 두 사람의 관계는 회복됐다. 이같이 도움을 청한 사람에게 호의를 느끼는 현상을 ‘벤저민 프랭클린 효과’라고 한다.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kthan@ass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