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어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후임 인선과 관련해 “개혁성을 갖추고 여론과 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는 분을 신중하게 골라야 하는 과제가 있고, 시간이 없으니 가능한 한 빨리 정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면서도 국정의 장기 공백을 조속히 끝내야 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심중을 대변한 말일 것이다.
하지만 시간에 쫓겨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할 사람만 염두에 두게 되면 최적의 인물을 내놓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의 사퇴 이후인 이달 2일에 “국가 개혁의 적임자로 국민들께서 요구하고 있는 분을 (국무총리 후보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국민 눈높이를 어느 정도 허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춰주는 게 좋지 않겠는가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의 기대치는 더 높아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박근혜 정부가 인재를 널리 구하지는 않으면서 “사람이 없다”는 탓만 한다면 무능과 무사안일을 토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 대표는 “새롭게 지명할 총리, 장관 후보는 청와대 독자적으로 지명하지 말고 최소한 여당과는 협의해서 지명하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대통령 인사권의 행사를 정치권, 특히 야권의 공감까지 얻어내 가며 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얘기까지 나오게 된 데는 국민의 공감을 얻어낼 만한 인물을 내놓지 못했던 청와대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기존의 인사스타일과 틀을 과감하게 바꾼다면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인사를 고르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에게 인사 추천을 하는 비선이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번만은 제대로 된 국무총리 인선으로 국민의 답답증을 풀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