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그가 한국서 태어났다면 최고경영자는커녕 아홉째 낳을 때까지 직장서 버티지도 못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낮은 출산율은 아이 키우기 힘든 나라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2년째 꼴찌다. 어제 본보가 보도한 보건복지부의 ‘저출산 대책 10년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정책은 기혼 여성의 출산율을 조금 끌어올렸으나 전체 출산율 증가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으로는 무상보육과 양육수당 등 기혼 여성에 치중한 보육 지원에서 2030세대의 결혼을 앞당기는 방향으로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획기적으로 달라진다. 사실 저출산은 기혼 여성들이 양육 부담으로 출산을 기피한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젊은 세대가 결혼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 탓도 있다.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통계로 본 서울 여성의 삶’에 따르면 서울 여성 10명 중 4명은 결혼을 선택 사항으로 생각한다. 남성(27.9%)보다 높은 비율이다. 갈수록 늦게 결혼하고 아예 결혼 생각이 없으니 당연히 출산이 줄어들 수밖에.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