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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소송-운항정지… 충격의 아시아나

입력 | 2014-06-26 03:00:00

美NTSB “작년 착륙사고는 조종사 과실” 결론




2013년 7월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추락한 아시아나항공 보잉777기의 사고 원인은 조종사 과실이라는 판정이 내려졌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24일(현지 시간) 오전 9시 반부터 이사회 전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최종 보고서를 채택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보잉사의 자동비행장치 등도 부차적인 사고 원인이라며 설계 변경 등을 권고했다.

크리스토퍼 하트 NTSB 위원장 대행은 이날 오후 1시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비정상적인 상황을 통제해야 할 최종적인 책임은 조종사에게 있다”며 사고의 기본 책임은 조종사들에게 있다고 밝혔다. 그는 “조종사들은 훌륭한 기록을 가진 노련한 승무원들이었지만 (항공기의) 자동화 장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하트 위원장 대행은 회의 모두발언에서도 “조종사들이 자신들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조종석 자동시스템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며 “이 바람에 사고 비행기가 너무 낮게 그리고 너무 느리게 비행해 활주로 앞 방파제에 충돌했다”고 말했다.

NTSB는 아시아나항공에 △자동비행시스템에 대한 조종사 교육 훈련 강화 △초보 비행 교관에 대한 선임 교관의 관찰 및 감독 강화 △조종사에 대한 수동비행 훈련 강화 △시계 접근 착륙 매뉴얼 강화 등 4가지 권고사항을 전달했다.

하트 위원장 대행은 이어 “사고 원인은 조종사와 자동화기계 그리고 이들의 교차점”이라고 폭넓게 규정했다. 특히 “안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도입된 자동화장치들이 복잡해질수록 조종사들이 이를 충분히 숙지하도록 만드는 게 도전이 되고 있다”며 자동비행시스템의 복잡성도 조종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NTSB의 로버트 섬월트 이사는 “자동항법장치가 정지 모드에 있더라도 비행기의 최저 속도를 보장하도록 설계를 수정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등 모두 9개 항의 권고 사항을 내놓았다. 항공기 제조 회사인 보잉사는 즉각 “의견을 존중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아시아나항공은 NTSB 발표 직후 “조종사 과실이 추정 원인에 포함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NTSB의 원론적 지적을 겸허하게 수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관계자는 “사고 원인은 조종사 과실로 돌리고 자국 기업(보잉)에 대해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 사항만 내놓았다”며 ‘자국 이기주의’라는 불만을 드러냈다.

아시아나항공 보잉777기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착륙하던 도중 활주로 앞 방파제에 충돌했다. 이 사고로 승객 291명과 승무원 16명 중 승객 3명이 숨졌고 180여 명이 부상했다.

NTSB의 조사 결과 발표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한 탑승객들의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사고기 탑승객 중 71명은 이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상태다. 소송 원고 중 미국인 탑승객 12명은 아시아나항공과 보잉사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 NTSB 조사 결과는 법적 증거능력이 없지만 재판부가 판결을 내릴 때 유력한 참조 자료가 될 수 있다. 배상 책임도 보잉사보다 아시아나항공이 더 많이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기에 대한 운항 제재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은 하루 한 차례 운항 중인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을 최대 90일간 운항하지 못할 수 있다. 항공법 시행 규칙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항공사의 중대한 과실로 인명 피해가 났다면 최대 60일, 재산 피해가 발생하면 최대 30일간 각각 운항 정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동시에 발생했다면 최대 90일간 운항을 정지시킬 수 있다.

이와 함께 내년 6월부터 3년간 아시아나항공은 새로운 국제노선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김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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