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치부 차장
낯설다 못해 기괴한 제도도 많았다. 그 나라 국민은 금니를 할 수 없다. 뉴스 진행자의 화장도 금지돼 있다. 전임 대통령의 지시다. 금니를 한 한 여대생의 발표를 듣다가, 남성 앵커의 짙은 화장이 눈에 거슬려 내린 결정이란다.
이런 낯선 곳에서 더 강렬한 낯섦을 만났다. 정상회담 때였다. 우연찮게 박 대통령의 발바닥을 봤다. 탁자 밑에서 구두를 살짝 벗고 있었다. 일부러 탁자 밑을 봤다면 국가원수 모독죄로 잡혀가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불가피했다. 박 대통령 뒤에서 두 정상의 대화를 노트북으로 받아치는데 기자가 앉을 의자는 없었다. 결국 바닥에 주저앉았고 탁자 밑이 훤히 보였다.
중앙아시아 순방 중 관심은 온통 국내에 머물렀다.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 여부 때문이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순방 중 외교에 집중하고 귀국 후 결정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귀국 사흘 만에 문 전 후보자는 사퇴했다. 그래서 모든 게 정리됐나?
정반대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때보다 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바로 보수층의 실망이다. 문 전 후보자를 옹호한 보수층은 박 대통령이 비겁했다고 쏘아붙인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인 원칙과 신뢰마저 금이 가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광우병 괴담 전선(戰線)에서 시위대의 ‘아침이슬’을 들으며 자책했다고 밝히자 보수층이 등을 돌릴 때와 흡사하다.
왜 이런 상황을 맞았을까. 박 대통령의 지지층조차 답답할 것이다. 새누리당의 당권 주자인 서청원 의원은 왜 문 전 후보자의 사퇴를 종용했나? 이완구 원내대표는 왜 손을 놔버렸을까? 박 대통령은 이들을 설득하려고 노력했나? 박 대통령은 문 전 후보자에게 직접 양해를 구했을까? 모든 게 의문이다. 그런데도 문 전 후보자가 사퇴하자 박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는 열려야 한다”는 ‘뒷북 소회’를 내놨다. 이게 ‘문창극 사태’에서 박 대통령이 보인 유일한 소통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총리직을 수락할까. 박 대통령이 총리 후보를 국민 앞에 직접 선보이며 이해를 구한다면 모를까. 자신이 직접 야당에 협조를 구하겠다고 약속하면 모를까. 자신의 발바닥까지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없다면 새 총리 인선은 더 깊은 수렁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