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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군-지방 핵심요직 싹쓸이… 대남정책까지 사실상 주도

입력 | 2014-06-26 03:00:00

[北 노동당 조직지도부 해부]
되살아난 ‘이제강 라인’… “미친 이리 떼 같다” 반감 확산




25일 정통한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지난해 12월 장성택 처형을 주도한 이후 조직과 기능을 대폭 확대하고 북한 권력 핵심 요직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과 국가 핵심기구를 통제하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던 조직지도부는 2008년 이후 김정일의 건강 이상으로 장성택이 2인자로 군림하면서 상대적으로 위축됐다가 ‘북한 체제에 대한 핵심 통제 기구’로 위상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다른 소식통은 “장성택이 부장으로 있던 행정부가 그의 처형 이후 해체되고 그 업무가 조직지도부로 흡수되면서 위상이 한층 강화됐다”고 말했다.

○ 김경옥 제1부부장 ‘김설송 남편’ 설

조직지도부 출신들은 당과 군 보안·감찰, 지방에 이르기까지 북한 권력 전반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주변을 완전히 장악해 장성택과 같은 후견세력이 새로 형성되는 걸 막으면서 주요 정책과 인사 결정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4월 말 당에 의한 군 통제를 담당하는 군 총정치국장에 오른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출신 황병서는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직책에도 올랐을 것으로 보인다.

당 핵심인 정치국의 후보위원에는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올라 있다. 장성택 숙청을 주도한 인물이자 조직지도부 서열 1위로 알려진 조연준은 ‘제2의 이제강’으로도 불린다. 이제강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은 김정은 권력 승계 과정에서 후견인 역할을 하다 2010년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외부세계로 알려진 게 거의 없는 정체불명의 인물인 김경옥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은 당 중앙군사위원에 진출해 있다. 2008년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처음 알려졌다. 김정은 후계체제가 확립되던 2010년 장성택, 김경희(김정일 여동생이자 김정은 고모), 최룡해와 함께 대장 칭호를 받았다. 이 4명 가운데 처형된 장성택, 공개 석상에서 사라진 김경희, 실각한 최룡해와 달리 김경옥만이 유일하게 당시 직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김정은의 이복누이이자 북한 권력의 숨은 실세로 알려진 김설송의 남편이라는 설도 있다. 김경희의 건강이 계속 악화되면서 김경희가 갖고 있던 인사 관련 권한이 조연준과 김경옥에게 상당 부분 이양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 비서이자 정치국 후보위원인 김평해,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인 이재일과 최휘도 조직지도부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병서 조연준 김경옥 김평해 이재일 최휘는 김정은이 직접 참석해 “현대판 종파를 청산하고 유일영도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 당 선전선동 부문 간부 대회(이달 10일)에 총출동했다.

‘반당·반혁명 종파 행위’를 저지른 당원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당 검열위원회 제1부위원장 정명학도 조직지도부 출신이다.

○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들이 실세

한국의 경찰 격인 인민보안부에도 조직지도부 부부장 출신의 강필훈이 올해 4월 정치국장에 올랐다. 검찰기관인 최고검찰소 소장 장병규 역시 조직지도부 출신이다.

지방의 당위원회 책임비서도 12곳 중 평안남도 박태성, 양강도 이상원, 평안북도 이만건, 강원도 박정남 등 4곳을 조직지도부 부부장 출신이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5월 임명된 박태성은 지난해 11월 말 장성택 실각 이후 김정은이 백두산 삼지연으로 데려간 ‘신실세 8인’ 중 1명이다. 여기엔 황병서도 동행했다. 부부장 시절 ‘당 부부장’으로만 알려졌던 박태성은 김정은의 현지 시찰을 자주 수행하는 핵심 측근 중 한 명이었다. 이만건은 장성택이 회의장에서 체포된 지난해 12월 8일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을 공개 비난한 토론자 중 한 명이었다. 조연준도 이때 장성택의 죄목을 밝히는 토론자로 나섰다. 이제강의 최측근이었던 이종찬이 조직지도부 부부장으로 활동을 재개하면서 ‘이제강 그룹’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도 평양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대남 정책에서도 대남기구의 실권이 약화되고 조직지도부가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무소불위 조직지도부 견제 세력 없다”

한 소식통은 “조직지도부가 출신 간부들을 다른 기관의 요직에 앉히고 조직지도부 간부들의 자녀를 조직지도부 간부로 임명하는 ‘순혈주의’를 추구하면서 조직 확장을 꾀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직지도부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자 북한 간부 사회에서는 “조직지도부를 견제할 세력이 없다” “미친 이리 떼 같다”는 우려와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중국 인사들 사이에서는 “조직지도부가 사실상 김정은을 컨트롤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북한 전문가는 “통치 경험이 별로 없는 김정은이 조직지도부를 배제한 채 독자적으로 권력을 장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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