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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260억 들여 ‘우주여행’ 한번 하고 끝… “전형적 전시성 사업”

입력 | 2014-06-26 03:00:00

[우주인 배출사업 사실상 좌초]
전공 못살린 우주인 이소연… 예고된 ‘일회성 우주쇼’




대한민국 최초이자 유일한 우주인인 이소연 박사(36·여)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을 퇴사하기로 하면서 정부의 ‘한국 우주인 배출 사업’은 빛이 바래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 박사를 보고 우주인의 꿈을 키우던 ‘이소연 키즈’를 위해서라도 우주인 양성 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매년 논란이 된 한국 우주인 활용 미흡

2008년 4월 8일 이 박사가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를 타고 지상 350km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하면서 한국은 첫 우주인을 탄생시켰다. 이 박사는 이를 위해 러시아 유리 가가린 우주인훈련센터 등에서 1년간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ISS에 열흘간 머문 뒤 지구로 돌아온 이 박사에게 정부는 ‘한국 우주인’이라는 타이틀을 공식 부여했다. 또 이 박사를 항우연에 소속시키고 우주인 활동을 지원했다. 하지만 한국 우주인의 활동은 대중 강연에 치중됐다. 그에게 쏟아지는 국민적인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강연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이 박사는 한국 우주인으로 국내에서 활동한 4년간 총 235회의 강연을 진행했다.

이 때문에 한국 우주인 활용이 한쪽으로만 치우쳤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2012년 이 박사가 우주인과는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기 위해 미국 유학을 떠나면서 논란은 커졌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국가가 투자할 때 기대했던 우주항공 분야 발전에 (한국 우주인이) 역할을 할 수 있겠냐”며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당시 이상목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은 “우주인이라도 의무기간(2년)이 지난 뒤에는 본인이 진로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다”며 “다만 외국 사례에서는 우주인이 과학 진흥 분야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 ‘제2의 한국 우주인 배출’도 유명무실

우주인 고유 임무와 관련한 후속 연구는 초라하다. 2008년 이후 항우연에서는 ‘한국형 유인우주프로그램 개발’ ‘미세중력 활용 우주실험 지상연구’ 등 관련 프로젝트들을 진행했지만 2012년을 끝으로 거의 종료했다. 현재 진행되는 유일한 후속 연구는 ‘미세중력 활용 유인우주기반기술 연구’. 일본이 ISS에 설치한 우주실험실을 활용해 우주 실험을 일본과 공동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지만 응용기술일 뿐 우주인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떨어진다. 항우연이 후속 연구 전체에 투자한 예산도 2008년 이후 40억 원에 불과하다.

때문에 정부가 한국 우주인에게 구체적인 역할을 부여하지 못한 데다 후속 연구 계획도 부실하게 운영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미래부는 지난해 11월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을 확정하면서 ‘유인 우주실험 임무 수행을 위한 제2의 한국 우주인 배출·활용 추진’이라는 항목을 넣었지만 이 역시 유명무실했다. 당시 계획 수립에 관여한 한 인사는 “2040년까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능성만 제시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 한국 우주인 ‘실종’은 예고된 일

이 박사의 퇴사 결정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미 예고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항공우주 전문가는 “한국 우주인 배출 사업은 우주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는 등 무형적인 성과가 대부분인 전형적인 전시성 사업”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주인 양성 계획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우주인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실험 공간 등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주인들이 임무를 수행하는 공간은 ISS가 유일하다. 미국과 러시아는 자국의 우주인을 ISS에 6개월 이상 머무르게 하면서 무중력 환경에서 다양한 실험을 수행하는 등 우주 탐사를 지속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08년 ISS에 우주실험실 ‘키보(KIBO)’를 설치하고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협력해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소속 우주인을 계속 보내고 있다. 유럽우주국(ESA)도 우주실험실 ‘콜럼버스’를 ISS에 설치해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우주인을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있다.

ISS에 자국(自國) 우주실험실을 보유하지 못한 나라는 우주인 사업을 지속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국보다 1년 빨리 첫 우주인을 배출한 말레이시아도 우주인 배출이 일회성에 그쳤다.

윤웅섭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2001년 미국 정부로부터 ISS에 모듈(우주실험실)을 올리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한 적이 있다”며 “같은 제안을 다시 받게 되면 반드시 모듈을 올려 발사기술, 통신기술 등을 획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와 함께 한국 우주인 30인 후보에 포함됐던 한 인사는 “장기적인 우주개발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 우주인 배출 사업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웅 ilju2@donga.com·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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