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 프랑스대회 멕시코전 퇴장당해 비난 받았던 하석주 전남 감독
“당시 네덜란드에도 0-5 대패 뒤 벨기에전 쥐 나도록 뛰어 무승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한국과 멕시코의 1차전에서 하석주(오른쪽)가 한국 월드컵 사상 첫 선제골을 터뜨린 뒤 2분 만에 백태클 반칙으로 퇴장당하고 있다. 동아일보DB
하석주 프로축구 전남 감독(46·사진)은 브라질 월드컵을 지켜보면서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고 싶은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이번 한국 대표팀의 상황이 자신이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와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어서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네덜란드에 0-5로 참패를 당한 뒤 벨기에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하 감독은 멕시코와의 첫 경기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선제골을 터뜨린 뒤 불과 2분 만에 백태클로 퇴장당했다. 이 경기에서 1-3 역전패의 빌미가 됐다는 자책 속에 그는 1경기 출전정지 징계까지 받았다.
그로부터 16년이 흘러 이번에 한국 대표팀은 알제리에 2-4로 완패한 뒤 27일 벨기에와 3차전을 치르게 됐다. 하 감독은 “국민의 기대가 크다 보니 부담이 너무 심했다. 우리도 이겨야 될 경기를 진 뒤 대패하다 보니 선수단 사기가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벨기에를 맞아 더욱 비장한 각오를 보였다”고 회고했다. 프랑스에서 한국 대표팀은 벨기에에 0-1로 뒤지다 후반에 하석주의 프리킥을 유상철이 오른발로 차 넣어 1-1 동점으로 마쳤다. 하 감독은 “상대 슈팅을 막기 위해 두세 명이 달려들었다. 쥐가 나도록 뛰었다”고 말했다. 이임생의 ‘붕대 투혼’으로 요약되는 한국의 육탄 수비에 막힌 벨기에는 3무를 기록하면서 눈앞에 들어온 16강 진출 티켓을 날렸다. 하 감독은 “후배들이 대부분 어리고 경험이 부족해 컨디션 유지에 애를 먹은 것 같다.
박주영 곽태휘 정성룡 등 고참들이 부진했기에 후배들에게 무슨 얘기를 하는 것도 미안할 수 있다. 누구 탓 하지 말고 후회 없이 뛰었으면 좋겠다. 한 발이라도 더 달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기간에 동아일보는 ‘내일이 있는 축구’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지더라도 최선을 다한 연후의 패배라면 치욕이 아니다. 부끄러울 게 없다’고 했다. 1998년의 쓰라린 경험을 통해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도 가능했다는 하 감독은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지만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정신력과 투혼을 앞세워 희망을 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4년 뒤 2018년 황금세대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