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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강경석]세월호 현장조사 與 따로 野 따로… 국민과의 약속은 어디로

입력 | 2014-06-26 03:00:00

‘진상규명 초당협력’ 약속해놓고… 당리당략에 정치적 셈법만 골몰
기관보고 시작 시점도 합의못해




강경석·정치부

25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71일째를 맞았다. 전 국민이 슬퍼하고, 분노했다. “우리 모두가 죄인”이라며 철저히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던 정치권의 맹세가 아직도 귓전을 맴돈다. 모처럼 여야가 한목소리를 냈다.

국회는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를 구성했고 국회의원 18명이 활동에 나섰다. 하지만 불행히도 성과는 전무하다. 한 달 가까이 정쟁만 일삼으며 파행을 이어온 여야 국조특위 위원들이 보인 행태를 보면 “국정조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은 국조특위”라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세월호 국조특위는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지난달 말 세월호 유가족이 직접 국회를 찾았지만 여야는 싸우는 모습만 보였다. 국조특위 계획서 채택은 무산됐다. 결국 여야는 이 문제로 일주일이 넘도록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정면충돌했고, 19대 후반기 원구성은 지연됐다.

이달 2일부터 90일간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지난달 30일 합의해 가까스로 국조특위가 가동됐지만 국민 앞에 했던 정치권의 약속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기관보고 시점에 대해 합의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주장만 앞세우고 있다. 급기야 25일 여야는 따로따로 현장조사를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국조특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과 여당 간사 조원진 의원 등 여당 특위 위원 9명은 인천연안여객터미널, 인천 해상교통관제센터(VTS), 인천해양경찰서를 찾아 세월호 관련 현황을 파악했다. 같은 시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 등 야당 특위 위원 9명은 전남 목포, 진도를 찾아 목포해양경찰서, 진도 VTS, 해군3함대사령부를 방문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현장조사를 따로따로 한 의원들은 남 탓만 했다. 여당 위원들은 “야당에 조사 활동을 함께하자고 했지만 거부했다”고 했고, 야당 위원들도 마찬가지로 “여당에 함께 조사하자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양쪽 다 상대방과 함께하자고 했는데 왜 따로따로 현장조사에 나섰는지 국민들은 진실을 알고 싶다.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여야 간사가 한자리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현장조사는 국조특위 차원에서 여야가 합의해 실시하는 게 원칙이다. 각자 다른 현장을 방문해선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 여론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행사는 불필요하다.

아직도 여야가 기관보고 일정에 합의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정치적 셈법에만 골몰한 채 7·30 재·보궐선거 유불리만 따지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선거에 임박해 기관보고를 받는 걸 피하기 위한 여당의 계산과, 기관보고를 이용해 정치적 공세를 높여 선거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고 하는 야당의 계산이 충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는 위임된 권력을 성실히 이행할 의무가 있다. 여야 정치권이 국민 앞에 했던 약속대로 초당적인 협력을 통해 하루빨리 제대로 된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강경석·정치부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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