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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걸]1930년대 할리우드 스타의 사랑이야기, 뮤지컬 ‘싱잉인더레인’

입력 | 2014-06-27 03:00:00

■Culture
이지현의 로맨틱스테이지




아이돌 스타가 리메이크한 흥겨운 탭댄스와 아련한 추억의 노래

‘그녀도 날 좋아할까?’

가슴 졸이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짜릿한 순간, 그녀의 집 앞에서 키스를 나누고 돌아서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 낭만적인 비를 보고 들뜬 마음에 우산을 폈다 접었다, 가로등에 매달려도 보고, 빗물을 튀기며 탭댄스도 추고, 노래를 부른다.

바로 그 유명한 ‘싱잉인더레인(Singin' in the rain)’이다.

“빗속에서 노래해. 우중충한 구름이 쫓아오고 비를 흠뻑 맞아도 웃음이 나네. 마음속에 태양이 가득하고… 나는 사랑에 빠진 것 같아.”

진 켈리 주연의 영화 ‘싱잉인더레인’(1952년 작)의 이 명장면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193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최고의 스타 돈 락우드와 무명 배우 캐시 셀던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던 시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고민하는 영화인들의 에피소드도 담고 있다.

최고의 뮤지컬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작품은 1983년 런던에서 뮤지컬로 초연됐다. 국내에서는 2003년 이후 11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트랙스 제이, 슈퍼주니어 규현, 엑소 백현, 소녀시대 써니 등 요즘 가장 주목받는 아이돌들을 캐스팅해 인기몰이 중이다. 공연장은 스타를 가까이서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18인조 오케스트라는 고전적 해석이 아닌 경쾌한 편곡으로 젊은 주인공들에게 맞는 발랄한 연주를 들려준다.

비닐 옷 입으며 배우가 튀기는 물세례를 즐거워하는 관객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코 돈 락우드가 부르는 ‘싱잉인더레인’. 사랑에 빠진 남자의 희열을 전달하기 위한 무대 연출이 볼 만하다. 실제 1만5000L의 엄청난 비가 내리는 장관을 만들어낸 것. 라이브 무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신나는 분위기가 가득했다. 앞자리에 앉은 관객들은 비닐 옷을 입고 배우가 튀기는 물세례를 즐긴다.

스윙재즈의 리듬감, 빗속에서의 탭댄스와 노래. 영화에서는 40대 초반의 남자가 주인공이지만 20대 스타들이 등장해서인지 풋풋한 사랑의 감정이 전해진다. 무대에 내리는 엄청난 양의 빗물 속에서 춤을 추며 감정을 표현하는 게 쉽지는 않겠다 싶은데, 열연하는 돈 락우드 역 배우들의 노력이 엿보인다.

언제부터인가 비 오는 날은 우울하고 귀찮기만 했는데 이제 이 장면을 떠올리면 장마철 빗소리도 유쾌하게 들릴 것 같다.

뮤지컬 ‘싱잉인더레인’은 1930년대의 여성스러운 복고풍 의상을 보는 재미도 있다. 간간이 목소리와 연기가 맞지 않는 무성영화 필름이 나와 웃음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상큼한 쇼가 끝나자 관객들은 아이돌 사진이 있는 포토월에서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공연 관람 후 집으로 돌아가 샤워기를 트니 이 소리 역시 어제와 다르게 리드미컬하다. 내 인생에도 빗속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싶을 만큼 흥분되는 순간이 올까?

‘싱잉인더레인’을 흥얼거리며 팍팍한 마음에 단비가 내리길 기대해 본다.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빗줄기를 선사할 뮤지컬 ‘싱잉인더레인’은 8월 3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무대에서 관객을 기다린다. 문의 1544-1555

※ 글쓴이는 일간지 문화담당 기자와 KBS ‘클래식오디세이’ 작가, ‘KBS 토요와이드’ 음악 해설자로 일했다. ‘예술에 주술을 걸다’ 저자. 예술을 통해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로맨티시스트다

이지현(문화 칼럼니스트)
동아일보 골든걸 goldengir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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