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자율협약 놓고 마찰 우려… 법정관리땐 개인투자자 큰 손실 다른 계열사도 워크아웃 가능성… 은행권 1조 안팎 추가 손실 볼수도
○ 상황 악화되면 투자자 피해 가능성
현재 동부그룹 제조부문의 핵심인 동부제철은 채권단과의 공동관리(자율협약) 수순을 밟고 있다. 채권단과 협의를 통해 자구책을 마련해 기업의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을 해결한다는 취지다.
실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측으로서는 법정관리가 구미에 당기는 옵션일 수 있다. 우선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을 하면 채권단의 간섭을 끊임없이 받아야 하는 반면 법정관리를 택하면 경영권을 온전히 유지할 가능성이 커진다. 법정관리를 지휘하는 법원이 대체로 기업 사정을 잘 아는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을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또 법정관리를 받으면 은행 빚은 물론이고 비(非)금융권을 포함한 모든 상거래에서 발생한 채무를 감면받을 수 있다. 반대로 해당 기업의 회사채 등을 들고 있는 개인 등 투자자들은 피해를 보게 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 3월 말 현재 동부제철 회사채나 기업어음(CP)에 투자한 개인은 총 1만1408명으로 금액으로는 2775억 원이다. 1인당 약 2400만 원꼴이다. 정부 당국자는 “자율협약이 잘 진행되면 이들의 투자금을 채권단이 전액 보전해줄 수 있다”면서도 “만에 하나 동부그룹이 법정관리를 택한다면 달리 막을 방법이 없어 우리도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제2의 동양 사태 막아라”
동부그룹의 구조조정 추이에 당국이 잔뜩 긴장하는 것은 과거 부실기업 퇴출 과정에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부실 감독’으로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웠다는 비난을 받은 금융당국으로서는 동부그룹이 제2의 동양 사태로 번지지 않도록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계에서는 동부제철에 이어 동부CNI 등 회사채 만기를 앞둔 다른 제조 계열사들도 조만간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은행권도 1조 원 안팎의 충당금을 새로 쌓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악화된 시중은행의 수익성이 더 나빠지는 셈이다.
이처럼 동부그룹에 대한 불확실성이 전반적으로 커지면서 채권시장에서 그룹 주요 계열사의 금리는 지난 며칠간 심한 급등락을 반복하는 등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