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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원 총리 유임]‘시한부 총리’ 꼬리표 뗐지만… ‘리더십 발휘’ 우려의 시선

입력 | 2014-06-27 03:00:00

정홍원 총리의 앞날은




정홍원 국무총리는 유임이 결정된 26일에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오전 8시 반경 정부서울청사 집무실로 출근했다. 유임 결정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지 딱 60일 만에 나왔다. 청와대가 이날 오전 10시 유임 결정을 발표한 직후 정 총리는 출입기자들에게 짤막한 발표문을 배포했다.

정 총리는 유임 결정을 전날 이미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극비에 부쳐졌다. 총리실 내부에선 일부 고위 간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유임 사실에 대해 감을 잡지 못했다고 한다. 정 총리는 27일 전남 진도 세월호 사고 현장을 찾아 실종자 수색을 독려하고 유가족을 위로하기로 했다. 세월호 사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가 원대 복귀된 데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 세월호 사태 책임지고 물러난 총리가 수습까지


유임 발표 이후부터 정 총리는 총리 업무를 수행했다. 이날 오후 3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면서 공직자윤리법, 재난안전관리기본법 등 정부 중점법안이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정 총리는 “국회에 제출된 주요 법안들의 입법이 지연됨에 따라 경제 활성화 및 민생안정 등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각 부처는 이번 국회에서 정부 중점법안이 반드시 처리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제 ‘시한부 총리’라는 꼬리표는 떼게 됐지만 세월호 참사 책임론에서 쉽게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신임 국무총리가 재난안전 컨트롤타워인 국가안전처와 정부조직과 인사를 담당하는 행정혁신처를 관장하도록 개편을 추진해왔다. 역대 총리와는 다르게 실질적 권한을 넘겨받아 책임총리제 구현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이번 총리는 세월호 참사 이후 공직사회 개혁을 지휘해야 한다. 그만큼 총리실의 권한도 강화된 상태다. 하지만 세월호 책임을 지고 사표를 던졌던 총리가 지휘봉을 쥔다고 해서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하겠느냐는 우려 섞인 시선이 많다. 벌써부터 여권 내부에선 정 총리의 유임에 대해 “‘시한부 총리’에서 이젠 ‘식물 총리’가 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 총리의 행보가 주목된다.

○ 사실상 ‘최경환 내각’?

지금 관가에서는 정 총리의 내각 장악력을 놓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그래서 결국 박근혜 2기 내각은 ‘최경환 내각’으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직제상 총리 밑에 있지만 정치적 위상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친박(친박근혜) 핵심인 최 후보자는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고, 행정부와 국회를 모두 경험해 정부와 정치권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미 청와대와 여당엔 최 후보자와 가까운 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강석훈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이 포진해 있다. 최 후보자가 자연스럽게 당정청의 컨트롤타워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여권에서는 최 후보자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부작용’을 경계하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최 후보자가 2기 내각에서 국정운영을 이끌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 같다”면서도 “대통령이 애초 구상했던 2기 내각 운영의 밑그림과는 거리가 멀어 최 후보자가 스스로 몸을 더 낮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정 총리, 롱런할 수 있을까

정 총리가 유임 통보를 받았지만 장수(長壽)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총리 후보자가 두 차례 연속 낙마한 상태에서 박 대통령이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의식해 유임이라는 고육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여권 일각에선 올 하반기 국정이 안정되면 자연스럽게 정 총리를 교체하는 수순을 밟지 않을까 하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후보자의 도덕성은 비공개로 검증하고, 업무능력은 공개적으로 검증하는 투트랙이다. 야당이 인사청문회 제도 손질에 부정적이어서 제도적 보완이 이뤄질지는 유동적이다. 이럴 경우 청와대는 총리 교체에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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