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뒤 믹스트존서 만난 스타들 펠라이니, 거구답지 않게 ‘웅얼웅얼’… 수아레스 인터뷰중에도 전화받기 바빠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연인을 기다리는 심정이다. 30분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혹시 마음에 두었던 선수가 그냥 지나칠까 전 세계에서 몰려온 100여 명의 취재 인파 속에서 까치발을 들고 고개를 기웃거리기도 한다. 일단 대화가 성사되면 슈퍼스타와 얼굴을 마주하고 인터뷰를 할 수 있다. 브라질 월드컵이 열리는 경기장의 믹스트존(공동 취재구역)의 풍경이다.
믹스트존은 경기가 끝난 뒤 선수나 코칭스태프가 지나가면서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는 장소다. 아무리 수백억 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도 이곳을 반드시 지나가야 한다.
이곳에도 규칙은 있다. 인터뷰를 하기 싫어하는 선수를 강제로 붙잡는 것은 금물이다. 이번 대회에서 활약이 신통찮았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웨인 루니(잉글랜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스페인) 등은 믹스트존에서 말이 없었다. 거절의 방법도 다양했다. 말없이 고개만 흔들거나(루니), 헤드폰을 낀 채 못 들은 척하거나(페페·포르투갈), 믹스트존에 들어서기 전에 실시하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다 말했다고 하거나(로빈 판페르시·네덜란드), 다른 선수들 사이에 묻혀 취재진의 눈에 안 띄려고 노력하는 등(대니얼 스터리지·잉글랜드) 각양각색이다.
페르난도 토레스(스페인)는 한 번 말할 때 10분은 기본이다. 수차례 인터뷰에 응해 보통 30분은 넘게 믹스트존에 머문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도 취재진의 질문이 더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길게 인터뷰를 해줬다. 마루안 펠라이니(벨기에)는 친절하게 인터뷰에 응해주지만 키 194cm의 덩치에 걸맞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려 말을 알아듣기 힘들었다. 루이스 수아레스(우루과이)는 인터뷰 도중 걸려오는 수많은 전화를 받느라 취재진을 애태우기도 했다.
후보 선수나 덜 유명한 선수, 활약이 미미했던 선수들은 인터뷰 요청이 없어서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길고 긴 믹스트존을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 분위기만 봐도 그날의 수훈 선수를 알 수 있는 곳이 믹스트존이다.
상파울루=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