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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인사청문회 타령 말고 ‘밀실 인사’부터 없애라

입력 | 2014-06-27 03:00:00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그제 “신상 문제는 비공개로 청문회를 하고 능력과 자질 철학 가치 등에 대해선 공개청문회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서도 이 같은 인사청문회 이원화(二元化) 방안을 야당과 논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2000년 처음 도입된 인사청문회는 신상털기 망신주기 등 개선할 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신상 문제와 능력 자질 문제가 칼로 무 자르듯 구별되는 것은 아니다. 국회 청문회에 앞서 언론과 야당이 사전 검증을 하는 것도 넓은 의미의 청문회로 볼 수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연방준비제도 의장 후보로 유력시되던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 국무장관 후보였던 수전 라이스 전 유엔대사가 청문회 전에 낙마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안대희,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낙마는 열지도 않은 청문회 때문이 아닌데도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문제의 본질을 잘못 파악하고 있다. 최적의 인물, 하자가 없는 사람을 제대로 추천하고 사전에 도덕성 등에 대해 충분히 검증해서 공직 후보자로 지명한다면 인사청문회는 업무 능력과 정책 검증에 초점을 맞춰 할 수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어제 인사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하기로 한 것은 인사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반성에서 나왔다고 본다. 추천 과정이 베일에 싸인 채 오로지 ‘윗분’의 뜻으로 내려오면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문 전 후보자의 경우 ‘7인회 추천설’ ‘만만회 개입설’ 등이 나도는 데는 이런 비밀주의 인사의 탓도 없지 않다.

인사수석실을 신설하면 인사 난맥상이 일거에 해소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세월호 참사가 나면 국가안전처를 만들고, 대통령의 만기친람이 문제라고 지적하면 사회부총리를 신설하는 식의 기구 만능주의야말로 관료적 발상이다.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졌던 인사수석비서관은 이명박 정부 때 인사비서관으로 축소됐다. 박근혜 정부에선 비서실장이 위원장을 겸하는 인사위원회를 두고 인사지원팀장이 보좌했다. 그러나 총리 장관 같은 주요 인사에는 인사위원회가 거의 기능하지 못하고 측근이 대통령의 명을 받아 진행하다 보니 폐쇄적이라는 비판과 비선라인 개입설까지 나오게 된 것 아닌가.

대통령은 신망 있고 신뢰할 만한 인사들의 비공식적 조언도 들을 필요가 있다. 다만 여기서 절제와 책임이 빠지면 약보다 독이 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이 인사의 추천-검증-판단을 시스템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다양한 경로로 민심을 두루 들어 ‘열린 인사’를 하도록 스스로 변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