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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책]“말 안듣는 놈일수록 가려운데가 많은 겨”

입력 | 2014-06-28 03:00:00

◇미치도록 가렵다/김선영 지음/256쪽·1만2000원/자음과모음




한국사회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라는 ‘중2’와 열정 넘치는 사서교사가 낡아빠진 학교도서관에서 마주한다.

고등학교에서 도서관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던 수인은 갑작스레 울창한 수풀 속에 방치된 낡은 목조건물 도서관이 있는 형설중학교로 발령이 난다. 관행에 젖은 학교 시스템과 동료 교사, 종잡을 수 없는 중2들은 벅차기만 하다.

폭력 사건에 휘말릴 때마다 전학을 해야 했던 도범은 이번에 옮긴 형설중에서만큼은 ‘일진 생활’을 정리하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도범은 새로 생긴 독서반에 지원한다. 하지만 수인이 꾸린 독서반에 모여든 아이들은 대부분 책에 관심이 없고 엇나가는 소리만 해대기 일쑤.

도범은 다른 일진들 앞에서 벽돌로 자신의 왼손 검지까지 짓찧으며 굳은 결심을 보인다. 붕대로 손가락을 감싼 도범은 수인의 오른손 검지 마디 하나가 없다는 것을 발견한다. 두 사람은 각자의 검지를 둘러싼 내밀한 사연을 털어놓는다. 상처 입은 두 손가락이 맞닿으며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수인은 도범에게 말한다. “너도 나도 노력해보는 거야. 내가 하고자 하는 대로 나를 가게 하기 위해서지. 그럴 때 용기가 필요한 거야. 남이 하자는 대로 흘러가게 두는 건 나를 덜 사랑하는 거라고 생각해.”

수인은 어머니의 시골집 마당에서 볼품없는 중닭을 바라본다. 뼈와 날개, 깃털이 자라느라 미치도록 가려워서 비빌 곳만 있으면 무조건 비벼대는 중닭.

어머니의 말씀이 수인을 토닥인다.

“어디에서 어디로 넘어가는 것이 쉬운 법이 아녀. 다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갈 수 있는 겨. 애들도 똑같어. 그 애들이 지금 을매나 가렵겄냐. 말 드세빠지게 안 듣는 놈일수록 가려운 데가 엄청 많은 겨. 말 안 듣는 놈 있으면 아, 저놈이 어디가 몹시 가려워서 저러는 모양인가 부다 하면 못 봐줄 거도 없는 겨.”

도범뿐만 아니라 수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만 가방에 넣어둔 망치에서 위안을 얻는 ‘해머’, 책이 말을 걸어온다는 이담까지 누구에게나 가려운 곳이 있다. 불안과 고통 속에서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그 순간의 감동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