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강신주 지음/480쪽·1만9500원·동녘
불교 사상은 우리 같은 범인들에겐 참 ‘거시기’하다. 서양인보단 체험적으로 좀 더 알긴 아는데, 막상 설명하려면 손에 잡히질 않는다.
그런데 요즘 ‘잘나가는’ 철학자인 저자가 이를 설명해주겠다니 반갑기 그지없다. 글 쉽게 쓰기로 유명하니 어깨도 한결 가볍다. 그런데, 어라? 아마 맘 턱 놓고 책장을 폈다간 살짝 당황할 수도 있겠다. 이게 읽기는 어렵지 않은데…, 역시 만만치가 않다.
이 책의 주제인 ‘무문관(無門關)’은 중국 남송시대 무문(1183∼1260)이란 승려가 48개의 화두를 선별해 정리한 불서. 저자 말마따나 제목만 봐도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띵하다.” ‘문 없는 관문’이란 게 뭘까. 문이 없는데 어떻게 통과하나. 뭐 또 공즉시색(空卽是色) 어쩌고 하며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하며 썸 타는 건가. 그러고 보니 책 제목부터 애매하다. 절벽에서 손을 떼란 거야, 말라는 거야.
부족하나마 없는 이해력까지 다 동원해보면, 결국 깨달음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나온다. 석가모니가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을 외친 건, 나만 잘났다는 게 아니라 유일무이한 존재를 인식하란 얘기란다. 무언가 혹은 누군가에게 기대지 말고 “내 삶의 주인공은 나야”라고 외치라. 그렇게 당당히 자기 자신의 삶을 일굴 때, 비로소 없던 문이 열린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