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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김일성과 문선명’ 펴낸 김동규 교수

입력 | 2014-06-28 03:00:00

“김일성은 정치를 종교화한 공산주의자, 문선명은 종교를 정치화한 반공주의자”




25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김동규 고려대 명예교수는 “김일성과 문선명이 한국현대사에 드리운 명과 암에서 그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 평가했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불과 물 같은 인물이죠. 하지만 극과 극이 ‘극’에 달하면 오히려 비슷한 측면이 생기듯 서로 상통하는 점이 많더군요.”

고 김일성 북한 주석과 문선명 전 통일교 총재를 비교 연구해 ‘김일성과 문선명’(교육과학사)을 펴낸 김동규 고려대 명예교수(75)의 진단이다. 그는 1974년 일본 와세다대에서 김일성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25년간 고려대에서 북한학을 가르쳐왔다. 또 1980년대 초부터 통일교를 연구해왔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두 인물의 동질성은 무엇인가.

“외형적으로 키나 체중이 비슷하다. 김일성은 ‘햇빛공포증’에 시달려 밤에 집무를 봤다. 빨치산 활동 탓이다. 문선명도 하루 3시간만 자고 일하곤 했다. 세간의 비난을 누구보다 많이 받은 점도 비슷하다. 이 밖에는 모든 게 달라 보일 것이다. 한 사람은 독재정치의 지도자고, 한 사람은 신흥종교 지도자 아닌가. 김일성은 공산주의자인 반면 문선명은 반공주의자다. 하지만 물과 불이 상보적으로 음식을 만드는 것처럼 공존하는 측면이 존재한다.”

―좀 더 설명해 달라.

“김일성이 ‘정치의 종교화’를 추진했다면 문선명은 반대로 ‘종교를 정치화’했다. 김일성은 주체사상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인민에게 강요해 종교적 신앙으로까지 확장시켰다. 국가 통치도 종교집단 관리 행태와 유사하다. 문선명의 통일교는 지상천국을 목표로 종교뿐 아니라 경제, 교육, 문화, 언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조직을 움직였다. 주체사상을 보면 수령-당-인민은 성부-성자-성령으로, 김일성 대가정론은 유교의 충효사상과 연결된다. 통일교의 삼위일체는 하나님-참부모(문선명 부부)-참자녀(신도), 가정질서 중시 사상은 유교의 부부유별과 맥을 같이한다.”

―책은 통일교에 대해 다소 긍정적이다. 통일교 신자인가.

“아니다. 이론적으로 접근했을 뿐이다. 문선명의 ‘통일사상론’은 학문적으로 나에게 큰 충격을 줬다. 정치경제학에서는 마르크스의 정(正)-반(反)-합(合), 즉 변증법적 발전 개념에 대해 비판만 해왔지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하지만 통일사상론은 정반합을 ‘정(正)-분(分)-합(合)’으로 수정하는 수수법(授受法)을 제시했다. 병아리(合)가 노른자위(正)와 껍데기 간의 갈등(反)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노른자위와 껍데기는 상호 협동관계(分)를 통해 새로운 병아리(合)가 된다는 논리다. 나는 여기서 합리적 반공 이론의 실마리를 발견했다.”

―인물 비교를 통해 무엇을 시사하고 싶은가.

“한국 사회의 근본 문제는 지나친 ‘이념 갈등’이다. 너무 극단으로 보는 시각 때문인데 잘못된 사고방식이다. 앞서 말했듯이 극과 극은 오히려 동질한 부분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김일성과 문선명이 한국 현대사에 드리운 명과 암을 통해 그들의 공통점은 무엇이고 다른 점은 무엇인가를 비교 평가해 독자에게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싶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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