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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인류 난제와 경도賞

입력 | 2014-06-28 03:00:00


지구전도(全圖) 위에 가로세로로 그어진 위도 경도는 상상의 선(線)이다. 인간이 항해 편의를 위해 만들어냈다. 오늘날은 쉽게 위도 경도를 알 수 있지만 16,17세기 대항해시대엔 그렇지 않았다. 배들이 엄청난 사람과 황금, 물자를 싣고 신대륙을 오가면서도 해도와 나침반만으로는 망망대해 위 어디에 떠 있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선원들도 자신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지 못해 좌초하는 사고가 잦았다.

▷위도를 찾는 것은 쉽다. 적도를 0으로 잡고 연중 태양이 움직이는 범위에서 각각 북회귀선과 남회귀선을 정하고 북극 남극 방향으로 동심원을 그려 나가면 된다. 문제는 경도였다. 바다에서 경도를 알아내려면 배가 있는 곳의 시각과 그 순간 모항(母港)이나 경도를 아는 어느 한 지점의 시각을 동시에 알아야 했다. 항해자는 그 시간차를 거리로 환산해 경도를 계산해 낼 수 있었다. 다만 시각에 조금만 오차가 나도 거리는 엄청나게 벌어졌다.

▷경도 문제에 골치를 썩이던 영국은 1714년 경도법을 제정해 경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에게 왕의 몸값(당시 2만 파운드)에 해당하는 거금을 주기로 했다. 이것이 경도상(經度賞·Longitude Prize)이다. 상금은 효과를 발휘했다. 아이작 뉴턴도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이 문제를 해결해 세계 어느 곳에서나 정확한 시간을 유지하는 해상시계를 발명한 사람은 정식 교육도 받지 않은 시계공 존 해리슨이었다.

▷경도상 제정 300주년을 맞아 다시 꾸려진 경도상위원회가 인류 난제(難題) 해결에 기여한 사람에게 1000만 파운드(약 172억 원)를 내걸었다. 위원회는 치매 극복, 신경 재생, 안전한 식수, 환경을 해치지 않는 비행, 충분한 식량 공급, 항생제 내성 등 6가지 난제를 제시하고 온라인 투표를 통해 항생제 내성을 최종 과제로 선정했다. 항생제는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다. 페니실린 같은 항생제는 수많은 인명을 구했지만 이젠 항생제가 듣지 않는 박테리아가 등장했다. 항생제 내성이라는 난제를 해결할 사람은 항생제 사용률 1위인 한국에서 나와야 할 것 같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