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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이현우]재·보궐선거에 대한 정당의 책임

입력 | 2014-06-28 03:00:00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7월 말 재·보궐선거에 대비해 각 정당의 공천이 7월 초에 이루어질 것이니 지방선거를 치른 지 한 달 만에 선거가 또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 15명의 국회의원을 새로 선출하는데, 지역구 국회의원의 정수가 246명이니 6.1%를 다시 선출하는 셈이다. 선거에 대한 관심은 여당인 새누리당의 절반의석 확보 여부에 맞춰져 있다. 현재 147석의 새누리당이 과반인 151석을 차지할지가 향후 정국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언론은 어느 지역구에서 누가 출마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정당들은 당선 가능성이 공천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선거에서는 이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선거 승패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기는 하다. 하지만 19대 국회의원 선거 2년 만에 무려 15개의 선거구에서 또다시 선거가 필요하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더욱이 2013년에도 4월과 10월에 재·보궐선거를 통해 5명의 국회의원을 다시 뽑았으니 이번 국회에서 총 20명의 의원을 새로 선출하게 되는 것이다.

언론이 피선거권 상실이나 당선무효에 따른 사례를 주로 보도하다 보니 재·보궐선거의 대다수가 그런 사유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번 재·보궐선거 15곳 중 5곳이 이에 해당하며,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자발적으로 퇴직한 경우가 10곳이다. 그렇다면 이 사퇴한 의원들은 2년 전 국회의원 선거 당시부터 다음 지방선거에 출마할 의지를 가진 경우가 상당수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이전에도 마찬가지였다. 2012년 4월 재·보궐선거를 보면 5명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현직자들은 모두 19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광역의원 재·보궐선거 지역 36곳 가운에 29곳에서 사퇴 이유가 역시 총선 출마를 위한 것으로 분류된다. 임기 동안 다른 선거 출마 의지를 가진 현직자들이 자신의 업무에 충실했는지가 우려된다.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선거비용이 걱정된다. 민주주의에서 선거에 드는 비용은 낭비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학계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재·보궐선거 비용을 국민이 지불하는 것이 맞는지 의구심이 생긴다. 우선 불법행위로 인해 의원직을 상실한 경우 원인을 제공한 것은 당선자들이다. 그렇다면 재·보궐선거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만일 당사자가 정당공천을 받은 경우라면 그런 후보자를 공천한 정당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당선무효나 피선거권 상실로 인해 재·보궐선거를 치르게 되었다면 해당 정당은 우선 국민에게 사과부터 해야 할 것이다. ‘당선경쟁력’이 중요하다며 정당지도부에 의한 전략공천을 내세우는 것은 후보를 제대로 공천하지 못해 다시 선거를 치르게 된 것에 대해 아무런 반성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재·보궐선거를 야기한 정당에는 후보공천을 못하도록 하고 싶지만, 그런 방안은 국민의 선택의 권리를 제한한다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어 드러내서 말하지 못할 뿐이다. 그래도 해당 정당에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불법행위뿐 아니라 자발적 사퇴를 포함해 재·보궐선거에 책임이 있는 정당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선거비용을 직접 부담하게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전례가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논리가 타당하다면 전례에 관계없이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재·보궐선거를 야기한 정당에 이 같은 불이익이 부가된다면 공천도 더 신중해지고 불법선거운동도 더욱 억제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번 재·보궐선거에도 정치 거물이 여러 명 출마한다. 이들이 출마하는 지역을 보면 사실 본인의 인생경력과 별 관계가 없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과연 이들이 해당 지역구를 얼마나 잘 대표할지 의문이다. 물론 반드시 연고 지역이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최소한의 지역구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수단으로서 국회의원직에 도전하지 말기를 바란다. 재·보궐선거는 정치권에 또 한 번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아니다. 선거는 국민을 위한 것이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