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몰려오던 민박집에 30, 40대들 북적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한 고객이 여행 관련 서적을 둘러보고 있다. 최근 서점에는 회사를 떠난 젊은 직장인들의 사연과 여행 기록을 담은 책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탈리아 로마에서 10년째 한인민박 ‘밥앤잠’을 운영하고 있는 노택균 씨(44)는 그동안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인민박은 한동안 여행비용을 아끼기 위해 좀 더 싼 숙소를 찾는 대학생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찾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장기 해외 여행자에게 한인민박은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다. 유럽 대도시마다 한인민박 수십 곳이 성업 중이다. 세계 각지의 한인민박 예약 대행 사이트인 ‘민박 다나와’(www.minbakdanawa.com)에는 도시 100여 곳에 있는 약 700개의 한인민박 리스트가 올라와 있다. 한 예로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는 물론이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한인민박이 각각 121곳, 44곳, 36곳에 달한다.
한인민박은 가정집을 개조한 것이 대부분이다. 여럿이 쓰는 공간인 ‘도미토리(dormitory)’에는 2층 침대 3, 4개가 놓여 있고 혼자 온 사람들은 대개 이곳에 묵는다. 한방에서 함께 지내다 보면 홀로 여행 온 사람도 동행을 구할 수 있고 여행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영국 런던에서 한인민박을 운영하는 정모 씨(34)는 “투숙객들이 거실에 모여 맥주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서로 빨리 친해진다”며 “일부는 한국에 돌아가 직장을 소개해주는 등 여행지에서의 만남이 한국까지 이어질 때도 있다”고 귀띔했다.
한인민박에서는 아침 또는 저녁 식사로 한식을 제공한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로 꼽힌다. 지난해 여름 영국 에든버러로 여행을 다녀온 회사원 최모 씨(32)는 “한인민박에 묵는 동안 불고기 김치 된장찌개 같은 음식을 먹을 수 있어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한인민박에는 여성 여행자도 많은 편이다. 파리의 한 한인민박에서 장기 투숙했던 나희영 씨(35·여)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꼭 10년이 되던 올해 초 다니던 출판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났다”며 “예전 같았으면 여성 홀로 떠나는 여행이 부담스러웠겠지만 주위에 경험자가 많아 크게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 이용객은 불만을 호소하기도 한다. 예컨대 웹사이트, 카페 등에 소개된 시설이나 서비스에 관한 정보가 실제와 다르다는 것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정식 신고를 하지 않은 채로 영업하기 때문에 투숙객이 피해를 봐도 보상을 받기 어려울 때도 있다.
회사원 유모 씨(32)는 “작년 여름 유럽 여행을 떠나기 전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한 민박집을 예약했는데 막상 가보니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라 적잖게 실망했다”며 “광고성 글과 실제 숙박 후기를 가려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창규 kyu@donga.com / 파리=전승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