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볼리비아 에너지 기술자 8명이 한국을 찾았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에너지관리공단이 미주투자공사(IIC)와 함께 지난달 26일부터 5일간 진행한 ‘그린피메(Greenpyme) 볼리비아 에너지 효율 향상 교육’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그린피메는 IIC가 중남미지역 중소기업에 지식과 기술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교육에서 볼리비아 에너지 기술자들은 에너지 진단을 중심으로 이론과 기법을 배우고 현장실습을 했다. 교육에 참가했던 한 참가자는 “한국이 어떻게 빠른 시간에 발전할 수 있었는지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한국의 에너지 정책과 기술을 배우려는 외국 전문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빠른 경제성장으로 에너지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후발 개발도상국들은 한국의 에너지 정책과 기술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자원 빈국이지만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를 하고 있는 한국이 좋은 모델이 되기 때문이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이에 발맞춰 일방적인 원조로 진행하던 에너지 효율 정책 외국 공무원 초청 연수를 ‘글로벌 에너지 콘텐츠’ 상품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한 번의 교육으로 끝나지 않고 2차 교육 이상으로 이뤄지며 비용도 공단이 아닌 제3자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공단은 ICC 요청으로 2012년 코스타리카를 비롯한 중남미 6개국 에너지 분야 관계자에게 에너지 진단 기술을 전수한 데 이어 올해 2차 후속 교육을 실시했다. 2012년 당시 교육 내용에 만족한 IIC는 올해 같은 내용을 볼리비아 에너지 전문가들에게 전수해 달라고 공단에 주문했고 1, 2차 교육을 통틀어 모든 비용은 IIC가 부담했다.
또 이달 2일부터 11일까지 현대중공업 쿠웨이트 현지법인 HGI와 함께 쿠웨이트 수전력부 공무원들을 초청해 에너지 효율 향상 정책 및 기술 교육을 했다. 이 외에도 공단은 2012년 세계은행과 함께 아랍연맹 7개국을 대상으로 에너지 효율 향상 교육을 한 바 있고, 국제구리협회와 함께 지난해 인도네시아 공무원들의 교육을 지원했다. 공단은 올해 5월 유엔산업개발기구와 업무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개도국에 에너지 효율 향상 정책 경험을 전수하기로 했다.
공단 관계자는 “하나의 기관에서 국가의 부문별 효율 향상 정책과 온실가스 감축, 신재생에너지 육성·보급 사업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는 점은 다른 국가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며 “30년에 걸친 실무경험과 노하우는 에너지 효율 정책을 막 시작하는 개도국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