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현 기자
2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현대자동차 ‘싼타페 DM 2.0 2WD’와 쌍용자동차 ‘코란도 스포츠 CX7 4WD’에 대해 정반대의 연료소비효율(연비) 판정 결과를 발표했다. 기자들이 “소비자는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느냐”고 묻자 산업부와 국토부의 중재 역할을 맡았던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이렇게 말했다.
정 차관보의 말이 현실화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국토부 조사 결과를 근거로 집단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법무법인 예율은 신청자들을 모아 현대차를 대상으로 운전자 1명당 약 150만 원, 쌍용차를 대상으로 약 250만 원씩 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다음 달 7일 제기할 계획이다. 김웅 예율 대표변호사는 “29일까지 748명이 집단소송에 참여하겠다고 신청했다”며 “전체의 약 80%가 싼타페 운전자”라고 말했다. 그는 “소송 제기일까지 접수자가 2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은 미국 선례를 바탕으로 추진됐다. 2012년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현대·기아차 13개 차종의 연비가 부풀려졌다고 발표하자 소비자들은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현대차는 소비자들에게 3억9500만 달러(당시 4187억 원)를 보상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당시엔 현대차가 EPA 조사결과를 받아들였지만 이번엔 국토부 조사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동안 산업부 조사 결과를 따라왔는데 소비자들에게 합의금을 물어 주게 되면 국토부 조사 결과를 인정하는 꼴이 된다”며 “집단소송이 제기되면 법정다툼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은 ‘진짜 연비’가 얼마인지 알기 위해 국토부가 연비 사후검증에 뛰어든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26일까지 기다렸다. 이제 길게는 몇 년 뒤에나 나올 사법부 판단까지 기다려야 할 듯하다.
강유현·산업부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