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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 홍명보호, 공항·기내서도 ‘가시방석’

입력 | 2014-06-30 06:40:00

한국 선수단이 27일(한국시간) 벌어진 벨기에와의 H조 3차전을 마친 뒤 아레나 데 상파울루를 찾은 한국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상파울루(브라질)|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yohan.com


■ 축구대표팀 귀국 동행기

FIFA 배려로 일반승객과 동선 분리
경유지 LA선 팬들 어색한 사인 요청
불편한 시선에 협회 직원들 좌불안석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축구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상파울루 과룰류스국제공항에서 인천행 대한항공편에 올랐다. 대표팀을 태운 비행기는 12시간을 날아가 미국 LA에서 3∼4시간 경유한 뒤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브라질 입성에 앞서 미국 마이애미에서 최종 담금질을 할 때만 해도 대표팀이 이렇게 빨리 되돌아가리라고는 그 누구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이 직접 언급한 적은 없지만, 대표팀은 이번 월드컵에서 8강을 목표로 했다. 사실 선수단 식단도 8강전 다음날까지 짜여져 있었다. 그래서 충격은 훨씬 더 컸다.

27일 상파울루에서 10명이 뛴 벨기에에 0-1로 지면서 마지막 희망이 꺾인 대표팀이었지만, 그 순간 브라질에서의 모든 여정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다. ‘탈락팀도 대회 베이스캠프를 방문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벨기에전 이후 상파울루에서 1박한 뒤 베이스캠프지인 포스 두 이구아수로 복귀했다. 대표팀은 이구아수에서 하루 더 머문 뒤 대회 조직위원회와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제공한 전세기를 타고 귀국길에 올랐다.

대한축구협회는 이구아수의 마지막 스케줄을 비공개로 했다. 이에 따라 선수단 일부는 세계적 관광명소인 이구아수폭포를 방문했다. 물론 선수 전원이 참석한 것은 아니었다. 과룰류스공항에서도 선수들 대부분은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참담한 성적 때문에 내국인들이 주로 탑승하는 국적기를 이용하는 마음이 편할 리는 없었을 터. 우연이었을까. 이런 사정을 알았는지 FIFA는 뜻밖의 작별선물(?)을 ‘홍명보호’에 안겼다. 다른 승객들과 마주치지 않도록 동선을 완전히 분리해줬다. 이구아수발 전세기에서 내린 선수단은 과룰류스공항에서 일반 승객들과는 전혀 다른 터미널로 따로 격리돼 한참 대기한 뒤 탑승시간이 다 돼서야 대한항공 비행기가 이륙을 준비 중이던 터미널에 도착했다.

초라한 성적에 잔뜩 격양된 축구팬들과 대면할 기회는 적었지만, 불편한 상황을 아주 피할 수는 없었다. 실제로 값비싼 비즈니스석에서 편히 쉬는 선수들을 보는 일반 탑승객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간혹 휴대폰 카메라가 작동하는 소리는 들렸지만, 격려나 칭찬을 건네는 승객들은 적었다.

FIFA가 영향력을 전혀 발휘할 수 없는 LA국제공항에선 입국 수속(미국은 단순 경유 승객들도 비행기에서 내려 출입국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을 밟는 과정과 다시 게이트로 이동하는 시간 동안 어쩔 수 없이 선수들과 일반인들이 뒤섞였고, 이를 지켜보던 대한축구협회 직원들은 불편함에 그저 좌불안석이었다. 간혹 조심스러운 사인 요청도 있었지만, 어떤 선수가 엷은 미소만 띄워도 금세 어디선가 날선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정도로 분위기는 결코 대표팀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누군가는 실없이 웃음을 보인 어떤 선수를 우연히 보고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불편하기 짝이 없었던 대표팀의 귀국길이었다.

LA국제공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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